바퀴벌레도 ‘입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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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도 ‘입맛’이 있다?
  • 인터넷뉴스팀
  • 승인 2013.08.0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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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 따라 식성 변화해 일반적 퇴치제 ‘무용지물’
▲ 식탁위에 올라가 음식물을 먹는 바퀴벌레들. 방제업계에 따르면 기존 약제는 바퀴벌레가 당 성분의 단맛에 유인되는 점에 착안해 포도당을 많이 첨가했지만 포도당을 쓴맛으로 인식해 거부하는 바퀴벌레가 나타나고 있다. <뉴시스>

[매일일보]바퀴벌레의 입맛이 바퀴벌레약을 꺼리도록 진화하면서 방제업계가 새로운 약제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방제업계에 따르면 기존 약제는 바퀴벌레가 당 성분의 단맛에 유인되는 점에 착안해 포도당을 많이 첨가했다.

그러나 포도당을 쓴맛으로 인식해 거부하는 바퀴벌레가 나타나면서 달라진 입맛에 맞는 약제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완벽 퇴치가 어려워졌다.

자장면 먹는 바퀴벌레는 고지방 선호

업계 전문가들은 바퀴벌레의 주거환경과 주식에 따라 약제 처방을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컨대 중국집에 사는 바퀴벌레는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에 약제에 기름진 성분을 많이 넣어야 유인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정육점에 놓는 약제에는 단백질을, 한식당 약제에는 탄수화물을 많이 넣어야 평소 먹는 음식과 비슷해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세스코 위생해충기술연구소가 전국 한식당에서 채집한 바퀴벌레에 일반 약제와 입맛변화 맞춤약제를 실험한 결과 일반약제를 먹은 바퀴벌레의 4일경과 치사율은 지역에 따라 13∼43%에 그쳤다. 맞춤약제는 100% 치사율을 보였다.

지역마다 바퀴벌레 내성도 달라

바퀴벌레는 서식하는 지역 특성에 따라 약제에 대한 반응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세스코 실험에서 서울에서 채집한 바퀴벌레들은 일반약제 치사율이 16.67%에 불과했지만, 영동지역은 43.33%에 달했다.

서울에는 지방보다 바퀴벌레가 많은 탓에 방제 서비스를 하는 업체가 많아 바퀴벌레가 약제에 노출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바퀴벌레는 방제활동에 내성이 생긴 덕분에 영동을 비롯한 지방에 사는 바퀴벌레보다 일반약제에 강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산란기 암컷은 고단백 선호

업계는 바퀴벌레의 성별과 발육단계에 따라서도 약제 성분에 변화를 주고 있다. 자주 먹이를 찾아 나서 활동영역이 넓은 수컷은 저단백질 식단을 선호하는 반면 알 낳기에 힘쓰는 암컷과 성장하는 유충은 단백질과 탄수화물 함유량이 많은 식단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특히 벌레증식에 적절한 고온다습한 환경이 조성되는 7∼8월 여름철에는 고단백질 성분이 첨가된 약제를 써야 바퀴를 쉽게 유인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퀴벌레의 입맛이 변화하는 주기가 기존 10년에서 최근 2∼3년으로 단축됐다”며 “정기적인 식습관 테스트로 입맛 변화를 감지해 벌레보다 빠르게 진화하는 약제를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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