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당첨돼도 걱정… 앞으로 계약금 마련부터 ‘막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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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당첨돼도 걱정… 앞으로 계약금 마련부터 ‘막막’해진다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1.08.17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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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폭증에 신용대출 한도 연봉 수준으로↓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 전용 84㎡ 기준 5억원대
대부분 분양 아파트 계약금 10~20%로 책정돼
통상 신용대출로 충당하는 계약금 마련 어려워질 전망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서울 아파트값이 상반기에만 이미 작년 1년 치 이상으로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상반기 3.18% 오르며 이미 지난해 연간 상승률(3.01%)을 넘어섰다. 사진은 18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2021.7.18 (2)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금융당국이 개인의 신용대출 한도를 낮출 태세다. 자산시장에서 폭증한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그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튈 것으로 보인다. 내 집 마련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청약 대기자들이 별안간 피해를 보게 생긴 것.

1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수도권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927만5300원이다.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총 4억3000만원 가량이 필요한 셈이다.

청약에 당첨된 후 계약을 체결할 때 통상 계약금은 10% 내외를 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4300만원을 마련해야 한다. 초기 계약금 500만~1000만원 정도를 내고 계약서에 적혀 있는 시일(통상 계약 후 한 달 이내)까지 먼저 납부한 금액을 뺀 나머지를 내면 된다.

계약금은 대출이 나오지 않아 신용대출로 자금을 준비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현재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한도는 연 소득의 1.5∼2배 수준이지만 앞으로 개인의 은행 신용대출 한도가 연봉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지난달 1일부터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는 차주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으나 1억원 미만 신용대출에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신용대출이 다시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여서다.

실제 금감원에서 집계결과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무려 15조2000억원이 늘어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0.0%나 증가했다.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을 3~4%대에서 관리하겠다는 애초 계획이 무색해진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용대출 한도가 축소된다면 연봉 4300만원 이하인 사람은 청약에 당첨되고도 계약금조차 마련할 수 없게 된다. 계약금이 20%인 사례도 적지 않은 데 이때에는 연봉이 8600만원을 넘어서야 계약금을 마련할 수 있다. 

결혼했거나 앞두고 있다면 그나마 절반씩 신용대출을 받으면 되지만 1인 가구는 계약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에선 더욱 그렇다.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2914만2300원이다. 전용 84㎡ 기준 총분양가는 7억2855만7500원이다.

계약금을 10%로만 계산해도 7288만원의 계약금이 필요하다. 지난 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임금근로 일자리별 소득(보수) 결과’를 보면 2018년 월 평균소득은 297만원이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4100만원으로 서울은 물론이고 수도권에서도 계약금을 마련할 수 없다.

신용대출로 계약금을 충당할 수 있는 임금근로자는 월급 510만원 연봉 7500만원 정도인 대기업에 종사하는 임금근로자밖에 없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중소기업 종사자는 1599만명으로 전체 기업 종사자의 82.9%를 차지한다.

더욱이 이달 접수 마감한 1차 사전청약에서 최대 경쟁률(인천계양, 전용 84㎡)이 381.1대1을 기록하는 등 최근 정부의 연이은 집값 고점 경고에도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청약 대기자가 많다는 현실과 대출 규제 간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는 이 같은 대출 규제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기 하나 청약을 통한 아파트 공급이 실수요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현금 부자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신용대출 한도가 줄어들면 현금 보유가 많은 극소수가 분양하는 아파트를 독점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투기가 아닌 실거주를 위해 청약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정부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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