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탈진실의 시대, 한국 교육의 과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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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탈진실의 시대, 한국 교육의 과제 (2)
  • 김광호 기자
  • 승인 2021.07.07 0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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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보 충북교욱학회장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

[매일일보] 한국교육의 과제중 이데올로기와 허위의식에 관한 것이다.

정치가 어떠한 형태이건 하나의 강력한 체제를 구축하려 할 때 반드시 국민 대중을 몰입시킬 수 있는 이데올로기가 필요한 것 같다. 벨(D. Bell)은 현대에 들어와서 이데올로기의 대결은 점차로 종식되어 간다고 했지만, 적어도 오늘날까지 존속했던 정치체제들은 매력적인 이데올로기의 신화 위에서만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정치체제가 사용했던 이데올로기의 근거는 따지고 보면 루소(J. J. Rousseau)의 ‘일반의지(一般意志)의 변형일 뿐이다. 일반의지의 신화는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인 힘으로 대중을 매혹해 버린다. 그것은 국가, 민중, 평화, 자유, 평등, 박애, 민주, 근대화 등 어떤 구호로도 나타낼 수 있지만, 언제나 그 모습과 성질은 동일한 것이었다. 즉 대중의 감정을 격동시킴으로써 그들을 이성과 윤리와 도덕에 대한 맹목으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일반의지는 감성적이기 때문에 쉽사리 절대화될 수 있다. 일단 절대화 되어버린 다음에는 논리적이거나 도덕적인 자가당착(自家撞着)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화된 이데올로기는 쉽사리 독재와 공포를 만들어낼 수가 있었던 것이다. 비록 그 이데올로기가 박애주의나 자유와 평화일지라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스 혁명 후의 자코뱅당적 민주주의, 러시아 혁명 후의 공산주의 정치체제, 히틀러의 민족사회주의 정치체제, 가까이는 그리스의 군사혁명 후의 공포정치, 북한의 1인독재 정치체제 등이 처음 등장할 때 한결같이 “우리, 민족, 모든 국민, 형제들을 위하여”라는 식의 구호를 들고 나와 국민 대중의 감성적인 지지를 받으려 노력했고, 또 많은 경우 성공했던 것이 사실이다.

대중을 강하게 단결시킬 수 있는 것은 이성이나 논리가 아니라 맹목적인 감정의 힘인지도 모른다. 대중의 감성적 태도는 한편으로는 국가나 계급이나 민족 등의 공동체와 그것들이 표방하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열광(熱狂)과, 다른 한편으로는 그 공동체나 이데올로기의 반대자나 적들에 대한 증오의 감정에 의해서 강화되어 간다. 사랑과 증오의 감정이 서로 상승 작용을 하면서 체제를 절대화하는 것이다.

정치체제가 교육을 수단으로 사용할 때에 강조하는 내용 중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맹목적인 양극적 감정을 국민대중, 특히 자라나는 젊은 세대의 정신과 육체 속에 심어주는 일이다.

다음은 탈진리에 의한 교육의 문제들이다. 일단 체제가 절대화되고 나면 정치는 인간과 그의 이상의 실현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없다. 수단으로써의 정치는 이제 체제의 옹호와 강화라고 하는 목적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따라서 정치에서 인간은 사라지고 ‘체제’와 ‘정권’이라고 하는 비인간적 가치가 대신 주인 노릇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을 위하여” 라고 하는 이데올로기까지도 체제를 미화하기 위한 장식으로서의 의미만을 갖게 된다. 그리하여 인간을 위하여 만들어진 체제를 위하여 인간성은 말살되고 오직 도구로서의 의미만이 남게 된다. ‘프롤레타리아를 위하여’ 만들어진 공산주의 정치체제가 더욱 많은 프롤레타리아를 만들어내고 더 잔혹하게 착취하게 되는 것도 같은 논리의 결과일 뿐이다.

하나의 예로 우리의 교육평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드 트라시’에 의해서 처음 사용된 ‘이데올로기’ 개념을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허위의식’이라는 의미로 주로 사용하고 있다. 교육의 본질에 의거할 때 교육평등 이데올로기는 일종의 '허위의식'이다. 인간의 능력과 소질은 차이가 있고, 교육의 유일하고도 가장 중요한 공헌은 인간이 자기의 재능에 가장 잘 어울리고,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고 만족을 느낄 수 있는 분야를 향해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교육평등은 사람들의 타고난 재능을 사회의 공동재산으로 여기고 그 재능을 활용해 어떤 이익이 생기든 그것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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