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갑질] 생태계 같이 꾸렸는데…‘퇴출’로 협박하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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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갑질] 생태계 같이 꾸렸는데…‘퇴출’로 협박하는 기업들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1.06.30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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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망 사용료 납부 거부 ‘배짱’…국내 업체 발 ‘동동’
구글, 수수료 적용 앱 확대…“퇴출 두려워 문제 제기는 꿈”
기승전-플랫폼…시장 지배력 갖추면 태도 돌변
시장 지배력을 형성한 플랫폼 기업들이 생태계 안 기업·개인에 불합리한 제도를 도입하는 등 ‘갑질’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시장 지배력을 형성한 플랫폼 기업들이 생태계 안 기업·개인에 불합리한 제도를 도입하는 등 ‘갑질’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받지 못하는 게임, 넷플릭스가 서비스되지 않는 인터넷, CJ ENM의 실시간 채널을 못 보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배달 앱에서 검색되지 않는 음식점….

30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 생태계를 잠식한 플랫폼 기업들의 ‘갑질’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선 ‘기승전-플랫폼’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했다. 플랫폼 기업들은 초기 서비스를 구축하며 다양한 혜택을 협력사에 제공, 영향력을 끌어올렸다. 당장의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시장 지배력을 높여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전략적 선택’이다.

플랫폼의 영향력은 그 안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과 기업과 함께 만든 성과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들은 시장 지배력을 획득한 뒤, 생태계 안에 들어온 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불합리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플랫폼 안 기업과 개인의 생존권을 쥐고 ‘갑질’을 벌이는 모양새다. 이 같은 현상은 비교적 국내 규제에서 자유로운 해외 플랫폼 기업에서 관찰된다. 이윤 취득이 목적이다.

넷플릭스와 구글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이 부과하고 있는 망 사용료 납부를 거부해왔다. 국회는 지난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일 방문자 100만명 이상 △국내 트래픽의 1% 이상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사업자(CP)에 망 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했다.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뿐 아니라 CP도 품질 유지를 부과하며 ‘망 사용료’에 협상에 대한 근거를 마련했다. 네이버·카카오·아프리카TV 등 디지털 콘텐츠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기업들이 연간 수백억원씩 ISP에 납부하며 서비스 안정화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넷플릭스와 구글은 이 망 사용료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양사는 플랫폼 영향력을 빌미로 ISP의 입을 막았다. 업계 일각에선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협상 중에 ‘서비스 중단’이라는 엄포까지 놨다는 얘기가 나온다. ‘넷플릭스를 볼 수 없는 인터넷 서비스, 넷플릭스 제휴 없는 인터넷(IP)TV’ 등 사업적 타격이 불가피한 이동통신사는 문제 제기를 포기했다.

넷플릭스와 IPTV 제휴를 포기한 SK브로드밴드만이 끝까지 문제를 제기, 지난 25일 법원의 승소를 따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이에 불복하는 듯한 입장을 밝혀, 항소 등 사안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여 업계의 긴장감이 높다.

구글은 여기에 더해 10월부터 ‘플레이 스토어’에서 웹툰 등 비게임 분야 앱까지 수수료를 확대 적용한다고 나섰다. 국내 디지털 콘텐츠 시장 매출이 급성장한 데 따른 조치다. 국내 기업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동영상·오디오·도서 콘텐츠에 대해서는 15% 수준으로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할인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수수료 부과를 완전 철회하지는 않아 업계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일인 게임 개발자는 “마켓이 처음에 등장했을 땐 구글은 다양한 진흥책을 도입하며 상생을 강조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이윤밖에 모르는 괴물 같다. 수수료를 지불하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지만 마켓에서 퇴출당하는 게 더 두려워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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