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직 ‘차세대·진짜’에 근접하지 못한 5G의 아쉬움
상태바
[기자수첩] 아직 ‘차세대·진짜’에 근접하지 못한 5G의 아쉬움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1.05.17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두용 산업부 기자
정두용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2년하고도 1개월. 국내에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가 상용화되고 난 후의 시간이다. 그러나 5G 서비스 앞엔 여전히 ‘차세대·진짜’란 수식어가 붙고 있다.

국내서 5G를 서비스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3.5GHz와 28GHz 주파수 대역을 사용할 수 있다. 3.5GHz 주파수 대역은 더디지만 그래도 전국망 구축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문제는 28GHz 주파수를 활용한 5G 서비스다. 정부가 SK텔레콤·KT·LG유플러스에 28GHz 주파수를 할당한 시점은 2018년 6월이고, 이통3사는 같은 해 12월부터 해당 주파수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5G 기지국 수는 14만8677개에 달한다. 이 중 28GHz 기지국 수는 90개 수준에 그친다. 14만개가 넘는 3.5GHz 기지국에도 5G 서비스가 여전히 ‘불통’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28GHz 서비스는 사실상 전무하다.

‘차세대·진짜’란 수식어는 28GHz 5G 서비스 앞에 붙는다. 기술적으론 3.5GHz 방식도 5G에 해당하지만, 언론과 소비자들은 28GHz에만 ‘진짜’란 수식어를 허락했다. 이유는 명료하다. 28GHz 5G가 상용화되어야만 정부와 이통3사가 줄곧 설명해온 초연결·초고속·초저지연 시대가 열리기 때문이다.

3G 때 데이터 기반 메시지 도입이, LTE 때는 동영상 스트리밍이 우리 삶을 변화시켰다. 5G는 초고속 특성을 기반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대다수의 서비스가 지연 없이 제공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이 서비스의 전제조건은 정부와 이통3사가 선전해온 ‘LTE 대비 20배’ 빠른 속도 달성이다. 그러나 3.5GHz로는 이 속도를 구현할 수 없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LTE 속도는 153.1Mbps, 5G 속도는 690.51Mbps로 약 4.5배 불과하다. 28GHz는 3.5GHz 방식 대비 그 속도가 3~4배 빠르다.

소비자들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부와 이통3사를 기다려왔다. 그러나 이통3사는 올해 말까지 의무구축으로 할당된 4만5000개 28GHz 기지국 설립에 의지가 없다. 정부 역시 28GHz 5G는 소비자 서비스(B2C)가 아닌 기업망(B2B)을 위주로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가 기대해왔던 ‘초연결 시대’는 적어도 5G에선 이뤄지지 않을 듯싶다.

2년이 지나서야 알려진 28GHz 상용화 불가의 원인은 ‘경제성’이다. 해당 주파수는 직진성이 강해 기지국을 더 촘촘히 설치해야 한다. 업계에선 20조원이 28GHz 상용화에 투입돼야 성과가 나타난다고 추산한다.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적어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소비자의 초연결 시대에 대한 기대는 애초 정부와 이통3사의 ‘말’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과도한 선전의 책임은 아직 누구도 지지 않고 있다. 속은 소비자만 억울하다.

담당업무 : 정보통신기술(ICT) 전반을 취재합니다. 이동통신·반도체·디스플레이·콘텐츠 소식을 알기 쉽게 쓰겠습니다.
좌우명 : 당신을 듣다, 진실을 말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