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장기화에 빅테크 공습까지…호실적에도 못 웃는 보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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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장기화에 빅테크 공습까지…호실적에도 못 웃는 보험사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5.17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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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지급여력 무더기 추락...자본확충에 골머리
보험업법 개정되면 네이버·카카오와 경쟁 불가피
보험업계가 1분기 호실적을 거뒀지만 자본확충과 빅테크의 공습 등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보험업계가 1분기 호실적을 거뒀지만 자본확충과 빅테크의 공습 등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보험업계가 지난해 1분기 '역대급' 이익을 거두며 올해 실적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마냥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금리가 상승국면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저금리 장기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데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들의 보험업 진출도 가시화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대부분이 두 자릿수(%) 이상 당기순이익이 증가하는 실적을 보고했다.

삼성생명은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작년 1분기보다 373.3% 폭증했고 한화생명도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이 작년보다 306% 뛰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도 각각 81.0%와 83.6% 증가했다. 주요 보험사 가운데 미래에셋생명과 KB손해보험을 제외하고는 1분기 실적에 축포를 터뜨렸다.

다만 업계를 둘러싼 상황은 녹록치 않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이 보험대리점(GA)으로 등록할 수 있게하는 보험업법 개정법률안이 발의된 점도 부담요인이다.

이 개정법률안은 지난 4일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전자금융업자도 보험대리점(GA)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오랫동안 보험업 진출을 꾀하고 있었으나 판매규제 등 진입장벽이 높아 직접 진출이 어려웠지만 새로운 활로가 생긴 셈이다.

카카오의 금융자회사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2월말 금융당국에 디지털 손보사 설립 예비인가를 신청했고, 올해 하반기 예비인가 승인, 법인 설립, 본허가 승인 등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7월 자동차보험 견적 비교 서비스 플랫폼을 영위하는 NF보험서비스를 설립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 GA가 보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빅테크 기업이 GA 형태로 보험시장에 진출하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보험금 지급여력이 추락하고 있는 점도 걱정거리다. 보험사 대부분 이익이 크게 늘었지만 보험금 지급 역량을 보여주는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은 큰 폭으로 하락한 회사가 속출했다.

한화생명은 작년 1분기 245.6%에서 올해 1분기 205.0%로 추락했고, 한화손해보험도 1년 만에 235.5%에서 187.5%로 낮아졌다. 삼성화재는 299.2%에서 285.2%로, KB손해보험은 189.1%에서 163.8%로 각각 미끄러졌다. 현대해상도 214.8%에서 177.6%로 추락했다.

금융당국의 RBC 비율 권고 수준은 150%다. 대부분 권고 수준을 넘지만, 일부 보험사는 권고 수준에 근접했다. 보험사들의 RBC 비율 추락은 시중 금리 상승과 퇴직연금의 요구자본 기준이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생보사들의 경우 가입자들에게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기 위해 짊어져야 하는 부채가 1년 새 25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제로금리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과거 높은 이자율을 약속하며 팔았던 저축성 보험들이 압박을 가중시킨 것이다.

보험사의 재무적 압박을 키우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다가오는 가운데 점점 덩치가 커져 가는 보험금 부담은 생보사들의 어깨를 한층 무겁게 만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24개 생보사들의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 액수는 총 505조923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5조6262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저금리는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할 흐름인 만큼, 생보사들로서는 IFRS17 실시 이전에 최대한 많은 자본을 확충해 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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