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CBDC' 선점경쟁 본격화…한은도 가상실험 속도
상태바
전세계 'CBDC' 선점경쟁 본격화…한은도 가상실험 속도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5.16 14: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주도 '현금없는 사회' 임박...중국·미국 등 상용화 시동
한은, 네이버와 손 잡고 사업팀 발족...6월부터 테스트 돌입
각국 중앙은행들이 디지털화폐 선점을 위한 상용화 경쟁에 돌입했다. 사진=연합뉴스
각국 중앙은행들이 디지털화폐 선점을 위한 상용화 경쟁에 돌입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각국 정부의 디지털화폐(CBDC) 선점 경쟁이 뜨겁다. 

CBDC는 중앙은행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다. 지금의 '현금없는 사회'가 민간금융기관이 현금 보관·지급역할을 대행해 가능한 것이라면 CBDC는 금융기관의 역할까지 개인이 할 수 있도록 만든다. 화폐를 은행계좌에 보관하는 대신 개인고유의 블록체인 지갑에 보관하고, 카드결제 대신 지갑 간 전송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돼 진정한 의미의 현금없는 사회가 된다는 의미다.

우리 정부도 CBDC 발행 준비단계에 본격 돌입했다.

한국은행은 6월부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관련 모의실험을 시작한다. 한은은 CBDC가 나올 경우 비트코인 등 기존 가상자산(암호화폐)들을 일부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은은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라인플러스와 CBDC 모의실험에 참여하기 위한 사업팀을 발족한 상황이다.

한은의  CBDC 모의실험은 가상환경에서 CBDC를 제조, 발행, 유통, 환수, 폐기하는 등 생애주기별 처리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이다. 네이버는 CBDC 유통과정에서 발행하는 송금과 대금결제 등의 금융서비스 모의실험에 참여할 예정이다.

아울러 한은은 모의실험을 통해 분산원장 기반의 원장관리 기술,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위변조 방지를 위한 보안기술, 전자지갑 기반 기술 등을 CBDC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을지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CBDC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2014년부터 연구에 착수해 지난해 10월에는 베이징, 선전, 쑤저우, 청두 등 도시에서 CBDC인 디지털위안화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시범사업 발행 규모만 3억달러(약 330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홍콩금융관리국과 중국 법정 디지털화폐인 '디지털위안' 결제를 위한 기술 시험을 시작했다. 인민은행과 홍콩금융관리국은 이번 기술 시험을 국제 결제로 확대 도입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월 중국 당국은 춘제(중국의 설)를 맞아 베이징 시민 5만명에게 디지털위안을 각 200위안(3만4000원 수준)씩 지급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지 금융 전문가들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디지털위안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도 CBDC에 적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지난 2월 CBDC 발행 전제조건을 담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결제시장에 자금이 몰리면서 미국도 디지털화폐 논의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같은 시기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뉴욕타임스가 연 온라인 회의에 참여해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 검토는 타당하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스웨덴 등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가 CBDC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스웨덴은 지난해 2월 유럽 최초로 디지털화폐 이크로나(e-Krona)를 모의구현했다. 유럽중앙은행은 2019년 말 CBDC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디지털유로 발행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다.

디지털화폐 도입은 지속해서 논의될 전망이다.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는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CBDC가 근시일 내 상용화되기는 어렵지만, 국제거래에서 사용된다면 외환시장과 외환거래 규제체제, 달러화 지위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은은 "앞으로 진행할 모의실험 자체가 발행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CBDC는 현금없는 사회, 금융비용 감소, 통화·재정정책 효율화 등 장점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 침해, 민간은행의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사태) 위기 등 단점도 공존하고 있어 상용화를 위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CBDC 연구·실험을 가속화하면서도 실제 발행에 대해서는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만약 CBDC가 발행된다면 비트코인 등 기존 가상자산들의 입지에는 어떤 식으로든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CBDC를 어떤 목적, 어떤 형태, 어떤 구조로 발행하냐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수 있어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럼에도 CBDC가 발행되면 가상자산 시장에는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