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車 회사들의 배터리 독립 움직임,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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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車 회사들의 배터리 독립 움직임, 허와 실
  • 조성준 기자
  • 승인 2021.05.1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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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장벽에 배터리 업체 의존 지속되나 향후 장담 못 해
전고체 배터리 기술 선점 따라 업계 판도 바뀔 수 있어
전기차 배터리 탑재 조감도. 사진=연합뉴스
전기차 배터리 탑재 조감도.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용 배터리 독립 개발을 잇따라 선언하면서 향후 배터리 시장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업종 특성상 기술 진입장벽이 높아 자동차 회사들이 배터리 자체 개발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를 포함한 전기차 시장이 여전히 초기 단계에 불과해 완성차 업체의 도전도 간과할 수 없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를 시작으로 폭스바겐·제너럴모터스(GM)·포드·현대자동차 등은 배터리 독립을 선언한 상태다. 테슬라가 지난해 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배터리데이 행사를 온라인으로 개최하며 스타트를 끊었다. 그 후 올해 3월 세계최대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 현대차가 지난달 22일 전고체 배터리를 중심으로 배터리 자체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완성차 업체들의 독립 생산 형태는 대략 2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유망 배터리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해 사실상 자회사처럼 운영하면서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폭스바겐이 유럽의 노스볼트가 대표적이다. 독일 베엠붸(BMW), 미국포드도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 솔리드파워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두 번째 방식은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아예 건너뛰고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선점하는 방식이다. 과거 삼성전자가 일본의 소니를 비롯한 굴지의 전자업체들을 ‘초기술격차’ 전략으로 정복해나간 방식과 비슷하다.

현재 전고체 배터리 기술은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SDI는 2023년 소형 셀, 2025년 대형 셀 검증을 마치고 2027년에 본격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차세대 배터리 판도를 뒤집을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서 가장 앞선 곳은 삼성SDI도, 다른 배터리 회사도 아닌 일본의 도요타다. 도요타는 이미 전고체 배터리 개발 기술을 개발했으며, 올해 안에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시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독립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수년 내에 전기차 판매가 폭증하면서 배터리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에 대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2025년에는 전 세계 전기차 판 매량이 1220만대를 기록하며 연평균 52%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필요한 배터리 용량은 약 6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2050년까지는 60배 더 많은 배터리 용량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배터리 업체들의 생산 규모는 이를 감당할 수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품귀 현상이 현실화하면 배터리 가격이 상승하고,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 업체들의 입김이 거세질 수 있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자체 개발할 수 있다면 원가 절감은 물론 배터리 업체에서 품질이 향상된 배터리를 내놓을 때마다 주도권 싸움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한국 배터리업계도 완성차업계의 배터리 내재화 움직임을 크게 경계하지 않는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1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전지 사업은 신규 업체가 진입하기에 진입 장벽이 있고 다수의 핵심 기술이나 특허뿐만 아니라 오랜 양산 노하우가 축적돼야만 한다”며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수요를 모두 내재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SDI도 “테슬라에 이어 폭스바겐이 배터리 내재화를 발표했지만 배터리 개발과 양산은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내재화로만 전체 필요를 충당하기 어려워 배터리 업체와의 협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요타의 사례처럼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는 완성차 업체나 배터리 업체 누구든 딱히 후발주자라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완성차 업체가 상용 가능한 초기 단계의 전고체 배터리를 먼저 내놓기만 해도 시장 판도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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