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경기부양책 부메랑…자산시장 버블ㆍ인플레 우려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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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경기부양책 부메랑…자산시장 버블ㆍ인플레 우려 키워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5.13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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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기름 부은 재정·통화정책에 시장은 '인플레 공포'
정부 "기저효과 영향"...한은 내부는 "통화정책 재고 필요"
미국발 인플레이션 공포가 국내 시장으로 전이되면서 통화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4월 15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발 인플레이션 공포가 국내 시장으로 전이되면서 통화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4월 15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공포에 떨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풀렸던 역대급 유동성(돈)을 연료 삼아 원자재 등 각종 자산 시장은 과열 양상이다. 

각국의 경기부양책과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세계경제 회복 속도가 높아지며 물가 상승 압력은 더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공포의 진원지는 세계 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4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0.8% 상승했고, 전년동월 대비 4.2%나 뛰었다. 이는 지난 2011년 9월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가 4% 넘게 뛴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내에서도 다시 급격한 인플레(물가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실물 경제 흐름과 따로 가는 듯한 각국의 재정과 통화 정책이다. 실물 경제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아직 돈줄을 닫을 생각이 없는 듯하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고용시장 회복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봇물을 이룬다.

통계청이 지난 4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107.39)는 작년 같은 달보다 2.3% 올랐다. 이는 2017년 8월(2.5%) 이후 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일 뿐 아니라 2%대 오름폭도 2018년 11월(2.0%)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앞서 한은이 지난달 21일 내놓은 3월 생산자물가지수(106.85)도 2월보다 0.9% 올라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째 상승세를 유지했다.

최근 들썩이는 물가의 가장 큰 원인은 국제 유가다. 지난해 1분기 배럴당 30달러대였던 유가는 현재 2배인 60달러대에 이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유가의 기여도가 0.5%포인트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기저효과와 아직 부족한 수요 등을 근거로 2%를 넘어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2%를 웃돈 물가상승률의 상당 부분은 기저효과이고, 농축수산물의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가 크기 때문에 계속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3분기, 4분기에는 지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위험 요소들도 여전히 많다.

'기저효과 때문이다', '유가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약 1%에 불과하다' 등의 분석과 관계없이 일단 수치상 물가 상승률이 계속 높게 나오면 우선 경제 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물가가 계속 뛰겠구나'라는 예상에 기업은 상품 가격을 덩달아 올리고 소비자도 물가 상승에 대비하거나 적응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은 국고채 금리 등 시장금리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변수다.

이런 국내외 심상치 않은 물가 움직임에 가장 큰 압박을 받는 것은 한은이다.

한은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지난해 3월 16일 '빅컷'(1.25%→0.75%)과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린 이후 7차례의 금통위 회의에서 계속 금리를 동결했다. 이처럼 1년 가까이 '완화적 통화정책'이 이어지면서 시중에 많은 돈이 풀렸고, 풍부한 유동성이 결국 물가 상승의 연료가 되고 있다.

한은의 고민을 반영하듯, 지난달 15일 열린 금통위 회의에서도 물가에 대한 걱정을 내비친 위원들이 부쩍 늘었다.

의사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위원이 물가 동향을 우려하며 한은 담당 부서에 물가 전망을 구체적으로 물었고, 기대 인플레이션을 줄이기 위한 '소통'을 강조하는 위원도 있었다.

한 위원은 "1분기 중 금융권 가계대출이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금융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며 "정부의 가계부채 관련 대책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만, 금융안정 이슈에 대해 통화정책적 차원에서 고려할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는 금통위에서 결정할 문제지만, 한은 내부에서도 시점이 꼭 올해는 아니더라도 자산가격 상승, 물가 등을 고려해 다소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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