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1%p 뛰면 이자 12조 껑충…가계빚 시한폭탄 째깍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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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1%p 뛰면 이자 12조 껑충…가계빚 시한폭탄 째깍째깍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5.1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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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풀린 가계부채...금리 오르는데 빚더미만 쌓여
자영업자 대출은 777조…금리 1%P↑·5.2조 더 내야
지난달 개계대출 증가폭이 역대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금리 상승까지 더해져 빚폭탄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개계대출 증가폭이 역대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금리 상승까지 더해져 빚폭탄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시장금리 상승 영향으로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모두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가계대출 규모가 역대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주식, 가상화폐 등에 투자해 '쥐꼬리' 은행 예금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챙기려는 수요가 많아진데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방안'이 오는 7월 본격 시행되기까지는 시차가 있어 당분간 높아진 대출이자를 짊어지며 부채를 늘리는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은 16조1000억원 증가한 1025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관련 속보치를 작성한 2004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전 최대치는 지난해 11월 13조7000억원 늘어난 수준이었다.

문제는 대출금리 상승이다. 한은 최신 통계에 따르면 3월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2.88%로 2월(2.81%)보다 0.07%포인트 상승했다. 신용대출 금리는 3.61%에서 3.70%로 0.09%포인트,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2.66%에서 2.73%로 0.07%포인트 올라 각각 2개월, 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2월(3.70%),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19년 6월(2.74%)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은 한국은행에서 제출 받은 자료를 인용해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이자는 11조8000억원 증가한다고 전했다. 금융 소비자들이 높아진 대출이자를 감당하면서 가계부채를 늘리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의 지속으로 경제 환경이 뚜렷히 개선된 것이 아닌 데다 투기성 자산에 돈이 몰리고 있어 부실 리스크는 오히려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늘어난 가계빚은 투자·투기성 자산으로 '머니무브'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도 지적된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61조240억원으로 3월 말보다 4조5400억원 불어났다. 2월에는 29조원, 3월에는 18조원 가량 증가했다. 3개월 사이 52조원 가까이 폭증한 셈이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 예금,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등 예금자가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예금으로 투자를 앞둔 자금의 대기처 성격이 짙다.

반대로 정기예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모습이다. 지난달 말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614조7991억원으로 3월 말에 견줘 12조8814억원이나 줄었다. 3월에 2조6667억원이 빠져나간 걸 감안해도 이례적인 수준의 감소세다.

한국금융연구원도 과도한 가계 빚 증가를 우려하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적용된 금융당국의 만기연장 또는 이자상환 유예 등의 조치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잠재된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다"며 "대출 상환방법, 기간을 조정하는 연착륙 방안만으로는 부실을 지연하는 효과에 그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가계대출 금리가 1%포인트 높아지면 차주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12조원 가까이 불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이자는 11조8000억원 증가했다.

또, 한은이 추산한 국내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777조원으로, 이들은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이자를 5조2000억원 더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없이도 시중 금리는 계속 오를거로 보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2.57∼3.62% 수준이다. 지난해 7월 말(1.99∼3.51%)에 비해 최저금리가 0.58%포인트나 높아졌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도 연 2.55∼3.90%로, 같은 기간 최저 금리가 0.3%포인트 올랐다.

은행들이 가계대출의 지표로 삼는 금융채 금리 등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신용대출 지표금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해 7월 말(0.761%) 대비 올해 4월 말 0.835%로 0.074%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4월 신규 취급액 기준 0.84%로, 지난해 7월(0.81%)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시장금리와 대출금리 상승은 불가피한 흐름”이라며 “수요는 많고 공급은 부족한 터라 자연스럽게 금리는 더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가 이자상환 때문에 소비를 줄이면 내수가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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