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비중 줄고 월세 늘었다…“역전 현상 내년 중반까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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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비중 줄고 월세 늘었다…“역전 현상 내년 중반까지 지속”
  • 나광국 기자
  • 승인 2021.05.12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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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시행 후 월세 거래량 5.8%p 상승
서울 월세 31.3% 〉 전세 26.2%로 ‘역전현상’
지난달 15일 서울 서초구의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전·월세 시세표가 붙어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지난달 15일 서울 서초구의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전·월세 시세표가 붙어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가 월세 시장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 부동산 보유세 등 세금 인상에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커질 수 있어 가격 상승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중순까지는 전월세 시장의 불안한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반포주공 1단지 등에서 재건축에 따른 대규모 이주가 예정돼 있어 전월세 시장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해 7월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월세 거래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9개월간 서울의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12만2398건으로 이 중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는 4만1903건으로 전체의 34.2%를 차지했다. 임대차법 시행 전 9개월(2019년 11월~2020년 7월)간 월세 거래가 28.4% 이었던 것에 비하면 5.8%p 상승하고, 전세 비율은 그 만큼 줄어들었다.

특히 서울에서는 1~2인 가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월세 세입자가 전세 세입자 보다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2020년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점유형태는 자가 42.1%, 월세 31.3%, 전세 26.2% 순으로 나타났다. 5년 전에는 전세 비중(32.9%)이 월세 비중(26.0%) 보다 더 높았는데 현재는 두 주택유형의 비중이 역전된 것이다.

월세 가격도 크게 올랐다. KB아파트 4월 월세지수는 105.5로 2015년 12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대차법 시행 후 9개월 간 5.07% 상승한 수치다.

문제는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결국 공급이 뒷받침 돼야 하지만 서울의 경우 올해 2분기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이번 달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단 한 가구도 없고, 올해 2분기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 1분기 1만4000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560가구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전월세 시장 안정화를 위해 1~2년 내에 입주할 수 있는 단기주택공급방안을 내놨지만 이 역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민간사업자가 건축하는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해 공급하는 ‘신축매입약정’의 경우 올해 서울의 약정체결 목표가 9000가구인데 실제 약정체결 계약이 이뤄진 건은 4월 말 기준 125가구에 그친다. 목표량의 1.3% 수준이다. 또 세금 인상에 부담감을 느낀 임대인들이 전셋값을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시장이 반전세·월세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면서 “정부의 증세 기조가 지속되고 저금리에 임대차법 등의 영향을 받아 집주인들이 앞으로도 전세 매물이 아닌 반전세 등의 월세 매물을 내놓을 유인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장기 공급물량이 늘어나면 안정을 기대할 수 있지만 내년 중순까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또 하반기에는 반포주공 1단지 등 재건축에 따른 대규모 이주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주변 지역의 가격 변동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서울에서 월세의 비중이 늘고 전세의 비중이 줄어든 것은 전세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며 “전세 물량 부족은 임대차 3법의 부작용,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 축소 등으로 인한 전세의 월세화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셋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임대주택 공급의 92%를 담당하는 민간부분을 활성화시켜야 하는데 정부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축소하려한다”면서 “정권 초반 임대주택 사업을 장려해 놓고 이제 와서 혜택을 축소시키면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세금이 늘어나면서 전세로 버티기 어려운 임대인들이 이를 월세로 충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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