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정유 4사의 반전…1분기 깜짝 실적 기록
상태바
‘침체’ 정유 4사의 반전…1분기 깜짝 실적 기록
  • 조성준 기자
  • 승인 2021.05.12 13: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적 발표한 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호실적
유가 상승으로 재고평가이익 급상승
2분기 실적 전망은 수요회복·증산 계획에 관망세
정유업계가 올해 1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유업계가 올해 1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로 1년 농사를 망친 정유 4사가 올해 1분기 호실적으로 반등을 이뤄냈다.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수요절벽을 맞으면서 1분기에만 4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증권가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수준의 실적을 이뤄내면서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63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365.6% 오르며 흑자 전환했다. 이는 2018년 3분기 영업이익 6360억원 이후 가장 좋은 실적이다.

S-OIL(에쓰오일)도 올 1분기 영업이익 6292억원을 기록하며 5년 내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도 1분기 영업이익 4128억원을 달성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아직 실적발표를 하지 않은 SK이노베이션은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 추정 1분기 영업이익이 3469억원으로, 1년 만에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아직 실적발표를 하지 않은 SK이노베이션을 제외한 정유사 3곳의 영업이익만 현재까지 1조6746억원이다.

올 1분기 정유사들의 성적표는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1분기보다 좋은 성적표다. 실적 회복의 주 원인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 상승에 있다. 지난해 말부터 1분기까지 국제유가의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유가 지표 중 하나인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지난해 4월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38달러까지 떨어졌다.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30~40달러대에서 정체기를 보내다가 올 1분기 배럴당 평균 60달러대까지 회복했다. 덕분에 정유사들은 낮은 가격에 산 원유의 재고평가 가치가 커져 이익을 보게 됐다.

지난해 마이너스와 1달러대를 오갔던 정제마진 역시 지난달 말 3달러대까지 회복하며 손익분기점에 다다른 상황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정제마진이 배럴당 3달러를 넘은 건 지난해 3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일간 기준으로는 배럴당 4달러를 상회하는 경우도 발생하면서 추가 상승 기대도 감지된다.

제품별로는 휘발유가 10달러대를 기록하며 마진 개선을 주도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면서 자동차 운전량이 늘어나 휘발유 수요가 상승 중이다. 지난 1~2월 미국 남동부 한파 등으로 인한 현지 원유 정제시설의 공급 차질도 마진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서는 정제마진 추가 상승 여부는 항공유 수요 정상화와 원유 증산 규모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의 주요 매출원인 항공유 국내외 판매량이 늘어야 진정한 의미의 회복세로 해석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전 배럴 당 10~15달러대였던 항공유 마진은 현재 4달러대 수준이다. 지난달 1달러대 마진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업계에선 수입국들이 항공유 수입을 재개하는 시점을 내년 이후로 보고 있다.

글로벌 원유 증산 규모도 중요한 변수다. OPEC+(오펙플러스)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단계적으로 원유를 증산하고 미국 원유 생산량이 회복되면 현재의 유가 급등세가 주춤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제마진도 보합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다음 분기부터는 1분기처럼 높은 재고평가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은 재고평가이익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에 해당한다”면서 “2분기 이후 상황은 역시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석유 수요, 글로벌 원유 증산 규모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