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SG 경영’, 유행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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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ESG 경영’, 유행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 조성준 기자
  • 승인 2021.05.1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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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산업부 기자
조성준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올해 초부터 ‘ESG’라는 생경한 용어가 산업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널리 퍼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을 요구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우리 사회가 언제나 그랬듯이 열풍처럼, 또 유행어처럼 확산됐다.

그 이전에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로 불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열풍이 있었다. 재계·학계에서 사골국처럼 우려내는 수준의 논의가 있었으며 관련 서적들도 많이 발간됐다.

거기서 약간 변형돼 기업의 가치 창출을 추가한 ‘CSV(Creating Shared Value)’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그랬더니 CSR의 노출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물론 CSV는 CSR만큼 파급력을 보이지는 못했다. 아마도 CSR이 기업의 사회공헌이라는 철학을 처음 개념화한 것이어서 초두효과를 누렸기 때문일테다.

CSR이든 ESG든 기실 영미권을 중심으로 나온지는 꽤 된 이론들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이슈가 된 것은 그보다 한참 뒤에 있은 일이다.

ESG를 보자. ESG는 2000년 영국을 시작으로 스웨덴, 독일,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의 각국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하며 확산됐다. UN은 2006년 출범한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을 통해 ESG 이슈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하면서 글로벌 어젠다로 확장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1월에서야 오는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를 도입했다. 이는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

이같이 하나의 경제 사조가 긴 시치를 두고 도입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글로벌 시장의 요구가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수준에 임박했거나 정부의 방향과 일치할 경우 급부상하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시장의 요구에 기업이 반응하는 시점은 경제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해지므로 별 다른 논의 쟁점이 아니다.

결국 하나 남은 급부상 이유, 정부의 탄소중립 2050 선언이 기업으로 하여금 ESG를 적극 도입하게끔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친환경 정책을 주요 정책목표로 삼고 있다. 사회책임과 투명경영은 일종의 당위적 과제로, 정부로서도 산업계에 강하게 요구하는 사항은 아니다.

거기에 딱 들어맞는 경영 이념이 ESG로 풀이된다. 기존 사회책임 경영 철학의 바탕에 친환경을 덧댄 개념이 바로 ESG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친환경 저탄소 구조로 업장을 개선하라는 지상명령이다. 기업들로서는 정부의 의제 설정에 호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장 지붕에 태양광 패널도 설치하고, 친환경 사업도 쥐어짜내고 있다.

ESG가 지속되려면 정부와 기업 모두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들의 불만섞인 속내를 어루만질 책임이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참여 중인 기업 4곳 중 3곳은 탄소중립을 경영 위기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응답기업 상당수가 ‘경쟁력 약화 위기’(59.3%) 또는 ‘업종 존속 위기’(14.9%)라고 답해 74.2%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정부는 기업에 규제 기준을 설정하고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관련 지원을 부족하지 않게 해야 한다. 기존 공정에서 환경오염 요인을 줄이는 작업은 사실상 공정 전체를 재정비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CSR, CSV가 유행했던 시절처럼 언론홍보에는 열을 올리면서 막상 가시적인 변화가 없는, 이른바 요식행위를 멈춰야 한다. 대부분 대기업들은 사회책임이 강조되자 기부활동을 확대했지만 그것이 사내에서 지엽적이고 '돈 쓰는 업무'로 인식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부도 좋지만 보다 지속적인 지역사회와의 공존 프로그램이 가동돼야 하며,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쳐야 한다.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시너지효과를 내서 ESG가 유행으로 그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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