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값 평당 1억원 넘겼다”…다시 꿈틀대는 서울 전세시장
상태바
“전세값 평당 1억원 넘겼다”…다시 꿈틀대는 서울 전세시장
  • 나광국 기자
  • 승인 2021.05.10 15: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전세 물량 한달새 6.6% 감소…집주인들 월세 선호
브르넨청담, 보증금 3.3㎡당 1억671만원…신고가 잇따라
사진은 브르넨청담.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브르넨청담.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안정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각종 부동산 규제로 시장에 풀리는 전세 물량은 줄고 있지만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이주가 예고되는 등 입주 수요는 늘면서 향후 전세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 ‘브르넨(BRUNNEN)청담’ 전용면적 219.96㎡는 지난 2월19일 보증금 71억원(5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역대 최고 금액이다. 3.3㎡당 1억671만원 수준으로 아파트 전세 보증금이 3.3㎡당 1억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 최고가는 2018년 11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갤리러아포레 전용 271.38㎡에서 나온 50억원(44층)이다.

브르넨청담뿐 아니라 서울 곳곳에서 전세가격 신고가가 이어지고 있다. 성동구 성수동1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200.707㎡(43억원·19층),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 195.388㎡(40억 원·10층)와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06.8953㎡(40억 원·7층)도 최근 보증금 40억원 이상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반포힐스테이트 전용 84.8㎡는 지난달 19일 신고가인 18억 5,000만 원(19층)에 전세 계약서를 새로 썼다.

주택업계는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를 5% 이내로 올려야하는 갱신 계약과 가격 상한 제한을 받지 않는 신규 계약 간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전세 보증금이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고 보고 있다.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 간 금액 차이가 2배 이상으로 벌어진 현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만큼, 통계상 보이지 않는 시장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처럼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는 가운데 전세시장의 안정이 흔들릴 만한 변수가 많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시장에선 아파트 전세 공급 부족의 이유 중 하나로 전세의 월세화 가속 현상을 꼽는다. 저금리와 임대차보호법, 보유세 인상의 여파로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전세 매물은 9일 기준 2만294건으로 한달 전(4월9일) 2만3865건보다 6.6% 줄었다. 올초 1만7000개 수준이었던 매물은 4월 말까지 2만3000개 내외 수준으로 증가해왔지만, 5월 초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장에 풀린 전세 물량도 적은데,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도 부족한 상황이다. 직방에 따르면 5월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2031가구지만,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없다. 서울 입주 물량이 전무한 것은 월간 기준 2014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더해 강남, 목동 등을 중심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에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는 집주인들이 증가하면서 전세 매물이 더욱 부족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재건축 단지의 대규모의 이주까지 예고돼 시장의 불안이 예상된다.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와 신반포18차·21차 등 약 4000가구가 연내 이주한다. 반포주공 1단지의 경우 이주 기간은 6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6개월간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시장이 반전세·월세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면서 “정부의 증세 기조가 지속되고 저금리에 임대차법 등의 영향을 받아 집주인들이 앞으로도 전세 매물이 아닌 반전세 등의 월세 매물을 내놓을 유인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전셋값의 상승에 가장 큰 원인은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이다”며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 때문에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것이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셋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해야 하는데 민간이 이부분에서 92%를 담당하고 있다”면서 “다주택자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고 전셋값 안정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