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학폭 수습에 뒷짐 진 스포츠계 ② 피해자·가해자 모두 망가진 ‘꿈과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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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학폭 수습에 뒷짐 진 스포츠계 ② 피해자·가해자 모두 망가진 ‘꿈과 인생’
  • 한종훈 기자
  • 승인 2021.05.10 13: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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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적·정신적 고통 심각, 운동 선수 ‘꿈’ 사라져
나락으로 떨어진 스타들, 스포츠계 인재 손실도
‘폭력 절대 불가’ 인식·인성 우선 문화 정착 필요
학교 폭력 사건으로 소속팀으로부터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이다영(왼쪽), 이재영 쌍둥이 자매. 사진= 연합뉴스.
학교 폭력 사건으로 소속팀으로부터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이다영(왼쪽), 이재영 쌍둥이 자매. 사진= 연합뉴스.

[매일일보 한종훈 기자] 학교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학교 폭력 피해자들은 육체적 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 더 큰 문제는 피해자 대부분이 운동선수로서 성공을 위한 노력을 학교 폭력으로 포기해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프로야구 서울 연고 구단인 두산 베어스 이영하와 LG 트윈스 김대현의 학교 폭력 의혹이 폭로됐다. 3월 방송된 MBC PD수첩 방송을 통해 피해자는 “전기 파리채에 손을 넣으라고 했다. 야구선수인데 손이 얼마나 중요하냐. 전기가 흐르는 곳에 넣으라고 했다”며 “감전돼 소리를 지르니까 기쁜 듯이 웃더라”고 전했다. 방송에는 피해자 동문들 증언도 이어졌다.

이외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피해자는 “노래를 부르며 유두를 만지고, 이름을 부르면 대답을 젖꼭지로 하게 시켰다”면서 “노래 가사들을 유두와 관련해 개사시켜 율동과 함께 부르게 했고, 이 사실이 선배들에게 퍼지는 바람에 육체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도 입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학교 폭력으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으로 야구 선수로서의 꿈을 포기해야만 했다. 다만, 이영하와 김대현 측은 “후배들의 기강을 잡았을 뿐이다”고 해명하며 폭로자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2017년 야구선수 안우진은 고등학교 시절 후배에게 자신의 메이저리그에서 성공 여부를 물었다. 후배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안우진은 후배를 폭행했다. 폭행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야만 했다.

피해자는 전학 간 학교에서는 본업인 투수가 아닌 야수로 활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다수의 야구 관계자들은 해당 선수의 기량이 예전과 비교했을 때 많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외에도 남자 배구선수 송명근의 피해자는 고등학교 시절 노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 고환 봉합 수술까지 받았고, “부X 터진 놈”이라는 놀림이 이어지며 정신적 충격까지 감수해야만 했다. 결국 피해자는 배구를 그만뒀다.

이밖에 중학교 시절 야구선수 김유성에게 명치 폭행을 당한 피해자 역시 야구를 그만뒀을 뿐 아니라 이사까지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자들 대부분이 운동선수로의 삶을 포기해야만 했다. 학교 폭력은 1~2년이면 대부분 끝나지만, 피해자의 몸과 마음에 남은 상처는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학교 폭력을 저지른 스포츠 스타도 운동선수로서 꿈이 망가질 위기에 처했다. 사실 과거의 일이라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인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여자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는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학창시절부터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성인이 되어서도 소속팀과 국가대표를 이끌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구 선수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번 학교 폭력 사태가 불거지면서 두 선수는 숙소를 떠났다. 소속 구단인 흥국생명은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고, 협회는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했다. 더불어 두 선수는 각종 방송·광고 등에서도 사실상 퇴출됐고,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엄밀히 말하면 구단도 피해를 봤다. 흥국생명의 경우 이재영·다영 자매의 학교 폭력 사태가 있기 전까지는 이번 시즌 여자배구 독주를 달렸다. 하지만 팀을 이끄는 두 선수가 떠난 흥국생명은 전력과 분위기가 급격하게 가라앉으며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쳤다. 두 선수가 입단하기 전 저지른 사건으로 성적 및 흥행 그리고 구단 이미지 등에서 막대한 손해를 봤다.

겨울철 최고 인기 프로 스포츠로 거듭나고 있던 프로 배구도 학교 폭력 사태로 흥행에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두 선수는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많은 팬들을 보유했다. 더 나아가 국가대표 주축 선수의 이탈은 여자배구 대표팀 전력 악화로도 번질 수 있다.

이밖에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심경섭과 삼성화재 박상하도 학교 폭력 논란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야구선수 김유성은 프로 야구 1차 지명이 철회됐다. 한창나이의 선수들이 출전정지 등 징계를 받고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일단 치명적이다.

결국 학교 폭력으로 모두가 피해를 본 셈이다. 따라서 어떠한 이유로든 스포츠계 학교 폭력은 뿌리 뽑아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철저한 교육을 통해 폭력은 절대 용납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력보다 인성을 우선 시 하는 문화도 정착돼야 한다.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흘린 땀방울이 학교 폭력으로 헛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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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택 2021-05-10 18:45:57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