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 ‘백신 생색’에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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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 ‘백신 생색’에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
  • 김동명 기자
  • 승인 2021.05.10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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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동명 기자] “올해 안에 백신을 맞을 수 있을까요? 백신을 맞고 싶어도 왠지 2차 백신까지는 올해 안에 못 맞을 것 같아요”

실제로 백신과 전혀 관련 없는 취재를 하던 중 취재원이 선뜩 본지 기자에게 꺼낸 질문이다. 제약·바이오와 코로나19 담당을 맡고 있지만 그의 질문에 명쾌한 답을 줄 수 없었다.

정부는 매번 국민 수를 초과할 정도로 백신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왜 국민 대부분은 백신을 못 맞을까 걱정하고 있을까? 바로 언제 맞을지 모르겠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국가가 백신을 확보하지 못할까봐 불안했다면, 올해 초에는 정부가 확보한 백신이 언제 국민에게 제공할지 모르기 때문에 국민은 불안해한다. 10일 기준 백신 1차 접종자는 367만4729명으로 전 국민 대비 7.2% 수준에 불과하다. 이들 마저도 요양병원 환자 및 종사자, 사회필수요원 등 의료분야나 고령환자, 특수직에 공무 중인 소수의 사람들만 접종받은 상태다.

즉 대부분의 일반 국민에게는 머나먼 이야기처럼 들려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백신이 충분하니 안심하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백신 시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언론에 공포를 조장하지 말라며 자중을 요구하고 있다.

언론으로써의 역할을 떠나 실제로 주변에서 들려오는 국민 불안은 ‘백신을 못 맞겠지’가 아니라 ‘언제 맞는지 모르겠다’, ‘이 속도로 올해 안에 2차 접종까지 가능한가’이다. 그런데도 정부만 이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838명을 대상으로 ‘한국 백신보급과 백신여권 도입’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우리 국민은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도입 정책을 100점 만점에 평균 55.3점으로 평가했다.

한국의 집단 면역 달성 예상 시기를 묻자 응답자의 60.8%가 내년 하반기까지로 내다봤고, 2023년 이후로 예상하는 응답자도 29.3%나 됐다. 반면 정부 목표인 올해 11월을 집단 면역 달성 예상 시기로 보는 응답자는 9.9%에 그쳤다.

분명 정부가 백신 확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효율적인 공급을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 중인 점은 칭찬할 부분이다. 강대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류에서 어떻게든 백신을 확보하고자 노력하는 점도 박수쳐줘야 한다.

다만 이젠 ‘구매할’ 백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구매한’ 또는 ‘비축한’ 백신을 국민에게 어떻게 공급할지를 말해 줘야할 차례다. 공급사와 유통사 등 대외비를 핑계로 시기를 공개할 수 없다는 정부의 변명은 국민 불안만 증폭시킨다.

정부가 같은 말만 반복하면 국민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거시적이고 이상적인 계획이 아닌 대다수의 일반 국민들을 위한 접종 계획이라도 밝혔으면 한다.

담당업무 : 제약·바이오, 병·의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즐기려면 우선 관심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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