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실적에도 못 웃는 카드사…대출금리·수수료 인하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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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실적에도 못 웃는 카드사…대출금리·수수료 인하 '산 넘어 산'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5.0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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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카드사 1분기 순이익 4541억…전년비 56.6% 상승
"호실적이 정부 압박 명분 될라"...업계 "수익구조 부실 우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코로나19가 지속에 마케팅비용 감축을 포함해 허리띠를 졸라 멧던 카드사들이 올해 1분기 깜짝실적을 기록했지만 표정은 어둡다. 호실적으로 인해 대출금리와 카드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정부의 압박도 더욱 거세질 거란 우려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지난 1분기 각종 비용 절감과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소비심리 회복으로 인한 카드 사용 증가, 할부금융과 리스 등으로 준수한 실적을 기록했다.

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45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6% 증가했다.

카드사들이 이같은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코로나19로 그동안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회복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2021년 4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각각 –3.9%, -2.0%를 기록했던 카드 국내승인액은 2월 8.6% 증가로 전환된 뒤 3월에는 20.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해도 지난해 3월 카드 국내승인액이 4.3% 감소했던 것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의 수수료 이익이 크게 늘었다. 신용카드 수수료 이익은 가맹점 수수료 이익을 포함한 할부이자, 연회비 등 수익과 모집비용, VAN 비용 등 신용카드 관련 수수료 이익을 통합한 금액이다. 신한카드의 1분기 신용카드 수수료 이익은 67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570억원 대비 29.5% 늘었고, KB국민카드의 신용카드 수수료 이익은 같은 기간 62.4% 급증한 1827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카드의 1분기 신용카드 수수료 이익은 1년 전보다 15.0% 늘어난 2073억원이었고, 우리카드는 전년동기대비 33.3% 증가한 400억원의 수수료 이익을 올렸다.

이외에도 코로나19로 인해 모집과 마케팅 비용이 크게 줄인 것도 주효했고, 금융 불안정성에 대비해 꾸준하게 연체율을 관리해 온 것도 실적을 견인했다.

실제 올해 1분기 하나카드의 연체율은 1.00%로 전년 동기 대비 0.71%p 내려갔다. 다른 카드사도 1년 전과 비교해 0.38~0.40%p 내려갔다. 연체율 인하로 각 카드사의 충당금도 크게 내려갔다. KB국민카드의 경우 1년 전 대비 충당금이 37.2% 감소했다. 신한카드와 하나카드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7%, 16.2% 줄었다. 다만 우리카드의 경우 전년 대비 3.5% 늘어난 612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해 카드 모집과 이벤트 등 마케팅 비용이 줄고, 향후 발생할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대비해 연체율을 꾸준히 관리해온 덕분에 올해 1분기에도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카드사들의 수익성에 발목을 잡을만한 악재들이 하반기에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법정최고금리가 7월부터 연 24%에서 연 20%로 낮아지는 것과 관련해 카드업계는 최근 이를 기존 대출자들에게도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카드론 등 금융 부문은 카드사의 주 수익원인데, 법정최고금리가 낮아지고, 이를 기존 대출자에게도 소급 적용하게 되면 그만큼 카드사의 이자 수익은 줄어들게 된다.

가맹정 수수료율 재산정도 카드업계가 걱정하는 부분이다.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2012년 개정된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라 3년에 한 번씩 카드사 자금조달 비용, 위험관리비용, VAN 수수료, 마케팅 비용 등 원가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격비용을 검토해 조정한다. 카드 가맹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로 영업이 제한되거나 금지돼 어려움을 호소하자 수수료율을 낮춰 이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3일 여신금융협회는 가맹점 수수료의 '적격 비용'을 재산정하기 위해 삼정KPMG와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8월까지 원가 분석 작업이 이뤄지면, 이를 바탕으로 금융위가 관련 업계와 협의를 거쳐11월께 최종 수수료율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수수료율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총 12차례 인하돼 현재 연간 매출액 3억원 이하인 영세가맹점은 신용카드 수수료율 0.8%, 체크카드 수수료율 0.5%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는데, 지금까지 계속 내려갔다.

이번에는 코로나19 이슈도 있기 때문에 더 내려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여기에 1분기 수수료 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이 수수료율 인하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안온다. 아울러, 9월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가 끝나면 연체율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그러면 수익은 줄어들게 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비용을 줄여 흑자를 낸 소위 ‘불황형 흑자’를 내왔지만, 겉보기에는 이익이 났기 때문에 수수료율이나 금리 등을 좀 내려도 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있다”며 “수수료율의 경우 지금까지 계속 낮아져 왔으니 이번에도 인하될 것이고, 법정최고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신용등급별 적용 금리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지만, 어쨌든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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