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악몽의 23일’… 홍원식 회장 사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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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악몽의 23일’… 홍원식 회장 사퇴까지
  • 최지혜 기자
  • 승인 2021.05.05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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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임금 차별, 불가리스 사태 등 8년간 이어온 논란
과제만 남기고 떠한 홍 회장… “직원들 성원해 달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최지혜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8년간 남양유업이 빚은 물의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고 사퇴했다. 홍 회장의 공식 사퇴를 결정지은 ‘코로나19 불가리스’ 논란이 촉발된 지난달 13일 이후 불과 23일만이다.

5일 남양유업에 따르면 홍 회장은 지난 4일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 등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며 남양유업에 대한 그간의 논란들을 언급했다.

실제로 남양유업의 첫 논란의 시작은 2013년 1월이다. 당시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물건을 강매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그 해 5월 이와 관련한 녹취 파일이 공개됐다. 본사가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을 대리점에 억지로 판매하는 ‘물량 밀어내기’를 단행한 것이 드러났다. 남양유업은 녹취록이 퍼지기 전 피해 가맹점주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바 있다.

같은 해 6월에는 여성 노동자를 차별한 사실이 밝혀지며 소비자 불매운동이 본격화했다. 남양유업은 여직원이 결혼하면 계약직으로 변경하고 임금을 삭감했다. 임신 시에도 출산, 육아휴가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남양유업의 창업주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 황하나씨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차례 수사를 받았다. 2015년 5∼9월 필로폰, 2018년 4월 향정신성 의약품인 클로나제팜 성분이 포함된 약품 2가지를 불법 복용한 혐의로 2019년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올해 1월에는 집행유예 기간에 마약을 투약하고 지인의 물건을 훔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지만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지난해에는 온라인에 경쟁 업체를 비방하는 글을 조직적으로 올리기도 했다. 이에 종로경찰서는 지난해 10월 홍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 6명과 홍보대행사 직원 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남양유업과 홍보대행사의 압수수색 결과 ‘경쟁업체 납품 목장 근처에 원전이 있다’, ‘우유 성분이 의심된다’ 등의 비방글 게시에 동원된 아이디 50여개를 발견했다.

이어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심포지엄에서 동물시험이나 임상시험 등을 거치지 않고 불가리스 제품에서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과가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 조처했다. 세종시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통보했으며 경찰은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세종공장, 세종연구소 등 6곳의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남양유업 제품 판별 앱 '남양유없' 화면. 

지난 8년 동안 남양유업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자 소비자와 남양유업 직원들은 불매운동과 폭로에 나섰다. 2013년부터 소비자 불매운동이 이어지자 남양유업은 자사 제품에 로고를 없애기 시작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바코드를 인식하면 남양유업 제품을 찾아주는 앱(애플리케이션) ‘남양유없’을 개발해 맞대응하는 상황이다.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는 남양유업의 내부적 문제를 폭로할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3일 남양유업 직원이라고 밝힌 한 작성자는 ‘대표이사는 회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불가리스 관련 연구 결과를 부풀려 마케팅에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홍상무 차량 리스 논란의 제보자는 대표이사다’, ‘커피 도급사 JS푸드의 기획실장과 대표이사는 상납관계다’ 등을 주장하며 언론사에 제보할 것이라고 게시글을 올렸다. 이 게시글에는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안다’, ‘나도 제보할 것이다’, ‘빨리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편, 홍 회장은 사퇴 발표 말미에 "남양유업 가족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두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며 "새로운 남양 만들어갈 직원들을 성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그간 축적된 리스크로 인해 실추된 기업이미지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사태와 관련, 세종시가 남양유업 생산의 약 40%를 담당하는 세종공장의 2개월 영업정지 처분 사전 통보한데 이어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줄어들며 대리점과 원유(原乳) 공급 낙농가의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 남양유업 전국대리점주협회는 지난달 29일 경영 정상화를 본사에 요구했지만 아직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남양유업은 향후 이사회를 열어 후속 조치를 논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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