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선 3년 전부터 가상화폐 제도화…정부는 "인정 못해" 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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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선 3년 전부터 가상화폐 제도화…정부는 "인정 못해" 일관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5.0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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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보호대상 아냐" 선긋기만 되풀이...투자자만 혼란
美·日 등 이미 제도화…투자광풍 속 '모르쇠 정책' 성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가 2030세대를 중심으로 급증하면서 투자자 보호와 거래소 규제 등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당국이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가상화폐를 거래수단이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최근 정치권, 특히 여당이 가상화폐 제도화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가상자산을 자본시장육성법에서 정한 금융투자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금융위원회의 의견"이라며 "자본법상 규제나 보호의 대상도 아니라는 것"이라고 기존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제도화와 관련해서도 "가상자산은 특정금융정보법이 개정,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거래소로서 요건을 갖춰 신고하고 투명하게 거래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이것을 제도화라면 반 정도 제도화된 정도로 진행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는 제도화와 한참 거리가 있는 발언이다. 한마디로 가상화폐를 제도권 금융으로 끌어안을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가상화폐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고 가상자산이기에 (제도권 금융 안으로)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암호화폐가 제도권에 들어와서 갑자기 투기 열풍이 부는 부분도 고민이기에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이 많이 투자하고 관심을 갖는다고 보호해야 된다고 생각은 안한다"면서 "잘못된 길로 간다면 잘못된 길이라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5일 "(가상화폐는) 내재 가치가 없고, 지급 수단으로 쓰이는 데 제약이 크다는 건은 팩트(사실)"라며 "암호자산 투자가 과도해지면 투자자에 대한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고,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크다"며 평가절하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처럼 가상화폐를 제도권 금융으로 끌어들일 경우 투자자들이 우리 정부도 가상화폐를 인정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 시장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를 제도화 하는 것에 대해 금융위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상자산을 거래수단이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섣불리 제도화를 얘기할 수도 없고, 자칫 거대한 투기판을 정부가 공인해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세계적으로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불고 있고 특히, 한국에서는 '김치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열풍을 넘어 광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정부가 더이상 모르쇠로 일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나 제롬 파월 연준(FRB) 의장 등 연방정부 경제수장들은 가상화폐에 대해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 각 지방정부 차원에서 법률을 제정해 가상화폐 시장을 관리하고는 등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월스트리트가 있는 뉴욕주는 지난 2015년 가상 화폐 관련 법률을 제정해 가상화폐 거래소 등을 규제하고 있고, 워싱턴주 기존 법률에 기반해 역시 가상화폐 시장을 규제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상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제도적 기반 덕택이었다.

일본도 법률을 제정해 가상화폐 거래소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고, 홍콩은 가상화폐 거래를 전문투자자에게만 허용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가상화폐 거래소 허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가상화폐 시장을 육성한다기 보다 최소한도 이상의 규제를 통해 가상화폐 거래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것은 막기위한 보호장치를 마련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가상화폐 투기를 키울까봐 제도화를 망설이는 것 같다"면서 "그렇다고 현재같이 아예 방치해 버리는 것은 부작용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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