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오는 7월부터 금융권 법정 최고금리가 기존 24%에서 20%로 낮아진다. 지난 2018년 2월 연 27.9%에서 연 24%로 최고금리를 낮춘 지 약 3년 만에 다시 금리가 대폭 인하한 셈이다. 법정 최고금리 20%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대선공약 중 하나다. 정부는 최고금리 인하를 통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껴지는 체감은 조금 다르다. 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지자 곳곳에서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최소화하면 된다는 분위기가 감지하고 있어서다. 실제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저신용자가 받은 햇살론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24.8%에서 2019년 6월 20.5%로 되레 하락했다. 반면 1~3등급은 7.2%에서 8.98%로, 4~6등급은 68%에서 70.5%로 올랐다. 저소득·신용자 대출을 확대할 경우 대출을 취급하는 금융사·정책금융기관 등이 손실을 볼까 봐 이들을 외면한 결과다.
특히 시중은행보단 서민층이 주 고객인 2금융권과 대부업체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리 인하에 따른 마진 악화로 대출을 거절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부업 대출 잔액은 15조9170억원으로 같은 해 6월말(16조6740억원)보다 4.5%(7570억원) 줄었다. 대부업자 수도 5652개로 상반기 말(5674개)보다 22개 줄었다. 이용자 수는 177만7000명으로 나타났다. 반년 새 23만명(11.5%) 감소했다. 대부업 이용자 수가 200만명 아래로 떨어진 건 2010년 6월 말 이후 9년여 만이다.
이는 정부가 2018년 법정최고금리를 27.9%에서 24%로 낮춘 뒤, 대형 대부업체들의 신규대출 중단과 축소 영향이 크다. 특히 자산 100억원 이상의 대형 대부업자의 대출 잔액이 크게 줄었다. 대부업 고객의 90%는 대형 대부업을 이용하는데 이들의 지난해 말 대출 잔액은 13조1196억원으로 상반기 말(13조9625억원) 대비 8429억원 감소했다.
2금융권은 상환능력이 불투명한 저신용자 대신 고신용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신용자들에 대한 시중 은행대출이 막히면서 카드사들과 저축은행은 카드론(장기카드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각각 3%, 4%대에 출시했다.
2금융권에서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거절이 빈번해지자 불법 사금융으로 눈을 돌리는 차주도 여전히 많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3년 안에 대부업이나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적 있는 저신용자 1만787명과 대부업체 187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절반이 넘는 응답자의 65.2%가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이 거절된 이후 51.7%는 결국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2금융권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차주의 상환능력에 적합한 금리를 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신용자의 경우 상환능력이 불투명한 경우가 많아 무작정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하라고 강제하면 되레 건전성 우려에 금융기관이 대출 문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금리 정책이 실제 저신용자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재고해봐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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