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맛을 그리는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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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맛을 그리는 작가들
  • 매일일보
  • 승인 2021.04.2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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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면 ‘오늘은 어떤 메뉴가 좋을까’ 고민하곤 한다. 그리고 고민 고민 끝에 결국 한식을 선택하는 날이 많다. 한국인은 역시 한식이 진리인가 보다. 이런 한식의 맛을 눈으로 보여주는 작가들이 있다.

하영희 작가는 ‘김치작가’로 불린다. 갓김치, 묵은지, 배추김치, 총각무 김치, 김장김치 등 그가 그린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입안에 저절로 군침이 돈다. 분명히 그림인데도 맛은 물론이고 냄새까지 느껴질 정도다. 하영희 작가는 회사생활에 지친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그림을 배웠다고 한다. 처음엔 풍경화를 그렸다고 하는데 자료사진을 찍기 위해 바닷가를 여행하는 도중 먹었던 회와 소주로 인해 작품 소재를 한식으로 바꾸었다. 특히 붉은 색 물기를 가득 머금은 김치의 화려한 모습에 끌렸다. 그는 서구화된 현대생활에서도 우리의 밥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김치에서 숙성·융합·토속의 이미지를 발견했다고 한다.

김진욱 작가는 비빔밥을 그린다. 적(고추장), 황(콩나물), 청(호박), 백(쌀밥), 흑(김) 등 한국 전통의 오방색이 화려하게 펼쳐진 비빔밥이다. 그의 눈에 비친 비빔밥은 갖가지 채소가 뿜어내는 고유의 색들이 어울리며 우연한 형태를 만들어내는 그림 그 자체였다고 한다. 그의 비빔밥 작품에는 한국적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어울림이라는 철학까지 담겼다. 그는 관람객에게 “단순한 음식이 아닌 한국적 미를 찾고 싶었다. 비빔밥에 깃든 한국 전통 오방색의 아름다운 조화와 섞임이 가진 역동적인 형태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나아가 비빔밥이 가진 어울림의 인간관계와 소통의 의미를 느껴보라”고 말한다.

황인선 작가는 밥알과 한지를 이용해 우리의 전통적인 밥상을 만들어낸다. 잘 지어낸 밥알들을 한 톨씩 한 톨씩 붙여 밥그릇, 숟가락, 냄비까지 만든다. 한지로는 여러 기법을 활용해 김치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매일 밥상 앞에 모여 가족들의 일과에 대해 묻고 알아가는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 그래서 작가는 밥상이 단순히 영양을 섭취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음식이야말로 우리의 일상 속에서 강력한 소통의 수단이 아닌가 싶다. 한국인이라면 한식을 통해 한국인 특유의 정서를 공유하고 서로의 공감대를 넓혀나가고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인이라면 한식을 통해 한국 문화의 정수를 체험할 수 있다. 탁월한 문화 교류의 수단인 셈이다.

아트에이전시 더 트리니티 박소정 대표
아트에이전시 더 트리니티 박소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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