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흔들리는’ 구현모號…ESG 선언, ‘허공의 외침’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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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흔들리는’ 구현모號…ESG 선언, ‘허공의 외침’되지 말아야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1.04.2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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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용 산업부 기자
정두용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국민기업’ KT가 추락하고 있다. 주요 경영진의 위법 사안이 드러난 데 이어 고객 서비스에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취임 2년 차에 접어든 구현모 KT 대표의 경영에 위기가 찾아왔다는 대내외적 평가가 나온다.

KT는 그간 통신사의 의무를 다하며 ‘국민기업’이란 이미지를 쌓았다. 시장에 무선통신이 자리 잡은 상황에서도 ‘보편적 서비스’인 공중전화의 운영을 전담,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왔다. 또 보유한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으로 다양한 지원 활동도 펼치며 사회에 울림을 전하기도 했다. AI 기술로 청각장애인의 목소리를 되찾아주는 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구 대표는 취임 초기부터 ‘고객 중심’ 경영을 최우선에 두며 ‘국민기업’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고자 했다. 구 대표는 탈(脫)통신 전략의 핵심인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Digico)’ 전환에도 고객을 늘 중심에 뒀다.

구 대표의 전략은 1년 넘는 경영 기간 시장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그의 경영철학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뢰를 기반으로 제공되어야 할 고객 서비스에서 다양한 ‘꼼수’가 드러나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KT는 규제 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고자 ‘개통지연’을 본사 차원에서 지시했고, 인터넷 속도를 약정과 달리 제한해 제공했다는 정황도 발견됐다. 모두 구 대표가 취임했을 때 벌어졌던 일이다. 두 사안 모두 ‘이용자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라 구 대표가 강조한 ‘고객발(發) 혁신’에 정면으로 반한다.

KT는 지난해 8월7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갤럭시 노트20 사전예약 기간에 모집한 고객의 26.7%에 해당하는 1만9465명의 개통을 정당한 사유 없이 지연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KT뿐만 아니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실태점검을 했는데, 의도성은 KT에서만 발견됐다. 과징금 역시 KT에만 부과됐다.

인터넷 속도 제한 논란은 더욱 치명적이다. IT 유튜버 ‘잇섭’이 처음 제기한 이후 사안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KT 인터넷 10기가(10Gbps) 서비스를 이용 중이지만, 실제로는 100Mb로 제공되고 있다는 내용이 폭로됐고, 다른 소비자들도 비슷한 현상을 발견했다는 증언을 올리고 있다. KT는 이후 잇섭의 광고영상을 내리고, 대행사를 통해 영상 삭제를 요청하는 등 ‘부적절한 대응’에 나서 고객에 실망을 안겨줬다.

해당 사안에 책임을 져야 할 주요 경영진들도 ‘도덕성 결함’ 논란에 휩싸였다. 구 대표는 최근 검찰이 재조사를 시작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연루돼 있다. 황창규 전 KT 회장 재임 시절 비서실장과 경영기획부문장을 지내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또 고객서비스를 총괄하는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사장)도 과거 자회사의 골프장 회원권을 받아 사용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KT는 최근 ‘노사공동 ESG 경영’을 선언했다. 구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가능한 활동을 이어가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KT를 둘러싼 부정적 이슈들이 ‘비재무적 요소’에서 발생한 점에 비춰봤을 때, 이 선언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KT 경영에 쇄신을 원하는 고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다시 ‘국민기업’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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