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재원 기자] 서울대학교는 자교 박제근 물리천문학부 교수 연구진이 불순물이 들어간 삼각격자 반강자성체에서 지금껏 보고된 적 없는 새로운 실험결과를 세계 최초로 관측하고, 이 현상을 이론적으로 규명하여 자성체 내의 복잡한 불순물 문제를 이해하는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성과는 재료과학계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에 지난 16일 온라인으로 발표됐다.
불순물은 고체물리와 재료과학에서 피할 수 없는 존재이면서 물성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변수다.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불순물의 무작위성과 복잡성 때문에 일반적으로 그 효과를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는 자성체 연구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불순물이 자성체에 주는 효과를 이해하는 것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므로 학문적으로도 산업적으로도 중요하다.
자성체는 양자컴퓨터 후보인 양자 스핀액체 상을 구현하는 중요한 양자 물질이다. 이런 물질에서 불순물 효과는 일반 자성체에 비해 그 효과가 더 극명하고, 다양한 특이현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를 구체적인 실험을 통해 관측한 바가 없었다. 연구진은 쩔쩔맴 자성체의 대표 예시인 삼각격자 반강자성체 이트륨망간산화물(이하 h-YMnO3)에 비자성 원소인 알루미늄(Al)을 주입해 이러한 효과를 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특이한 불순물 효과를 관측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알루미늄이 주입된 h-YMnO3의 스핀 동역학에서 알루미늄 불순물이 운동량에 의존하는 특이한 스핀파 감쇠를 일으킴을 실험으로 확인하고, 이런 현상이 비자성 불순물로부터 생성된 스커미온과 같은 거대 자기구조체에 의해 일어난 것임을 규명했다.
연구진은 알루미늄이 주입된 이트륨망간산화물(h-Y(Mn,Al)O3) 단결정 시료로 비탄성 중성자산란 실험을 해 물질의 스핀파를 관측했다. 이를 알루미늄이 주입되지 않은 물질의 스핀파와 비교하여 불순물이 일으키는 스핀파 감쇠를 분석했는데, 스핀파의 운동량이 클수록 스핀파의 감쇠가 더욱 크게 일어나는 것을 관측했다. 이는 일반 자성체의 불순물 효과로 설명될 수 없는 쩔쩔맴 자성체만의 특이현상이다.
연구진은 실험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불순물이 있는 삼각격자 반강자성체의 이론적인 스핀 배열과 스핀파를 방대한 수치계산을 통해 얻었다. 그 결과 쩔쩔맴 자성체에서는 불순물에 의한 스핀 배열의 변화가 아주 커서, 마치 자성 스커미온과 비슷한 거대한 스핀구조체(spin texture)가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스핀 구조체가 일으키는 스핀파의 감쇠가 실험에서 관측한 감쇠와 동일한 운동량 의존성을 가지는 것을 확인했다.
박 교수는 “해당 연구성과는 자성체에서의 불순물 효과를 실험적으로 명확히 입증한 첫 사례”라며 “양자컴퓨팅의 후보인 양자 스핀액체상과 차세대 전자소재로 각광을 받는 스커미온 문제에 기여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