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본연에 충실하지 못한자’ 제 얼굴에 침 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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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본연에 충실하지 못한자’ 제 얼굴에 침 뱉기
  • 신승엽 기자
  • 승인 2021.04.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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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일반적으로 자신이 거쳐간 단체를 비난하는 것은 스스로의 커리어를 부정하는 꼴이다. 인과관계를 완벽하게 파악한 뒤 고발하는 경우에도 청중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것과 같은 행위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는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 춤판‧술판 워크숍을 시작으로 각종 비리 논란을 불러와 탄핵된 배동욱 전 회장이 자신의 회장직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며, 단체를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소공연은 강원도 평창에서 워크숍을 실시했다. 걸그룹을 초대해 집단모임이 금지된 사회 정서에 맞지 않은 춤판까지 벌여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이러한 행보는 국민의 비난뿐 아니라 내부적인 문제가 공개되는 시발점이 됐다. 

배 전 회장은 사무국 노동조합의 활동도 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공연 노조는 당시 집행부가 추진한 조직개편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고, 직원 18명의 연서명을 받은 수용불가 확인서를 사측에 제출했다. 

사무국 노조는 △배 전 회장이 배우자와 자녀가 운영하던 꽃집에서 행사에 필요한 화환을 구매 △보조금 예산으로 산 도서를 워크숍 현장 판매한 뒤 자체 예산으로 수입 처리 등을 공개했다. 이후 사무국 노조는 배 전 회장을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 보조금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소공연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배 전 회장을 탄핵시켰다. 하지만 배 전 회장은 법원에 소공연의 탄핵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올해 3월 22일부로 회장직을 되찾았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 1주일여 만에 임기가 끝나 사실상 회복에는 실패한 모양새다. 

최근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4년간 160억원 상당의 공적 자금을 포함해 횡령, 유용, 상납의 비리가 수 없이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통상 단체의 최종 결재권을 회장이 지닌 점으로 봤을 때 이는 배 전 회장 스스로도 횡령 등에 연루됐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꼴이다. 

소공연은 코로나19의 대표적인 피해 집단인 소상공인들을 규합한 단체다.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하는 가운데, 반년 이상 지속된 내홍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정부에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배 전 회장 탄핵 이후 비대위를 중심으로 기존의 위상을 복구하려 노력했음에 불구하고 집안 싸움은 지속되는 실정이다. 

웹상에서 자신의 배우자를 욕하는 글에는 ‘제 얼굴에 침 뱉기’라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달린다. 자신이 소속된 단체의 구성원을 비난하는 것은 공감대를 살 만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이미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한 이가 자신의 본연에 충실하지 못한 점까지 드러났을 때는 더욱 자신의 편을 만들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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