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더불어민주당의 쇄신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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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더불어민주당의 쇄신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1.04.15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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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4‧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 대표 후보들은 쇄신을 외치고 있다. 후보자들이 내놓은 진단과 대책은 각양각색이지만 그동안 추진됐던 정부 부동산 정책을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선 모두 같다.

송영길 의원은 정부의 대출규제가 청년 세대의 내 집 마련 꿈을 앗아갔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송 의원은 지난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초로 자기 집을 가지려는 무주택자에게 LTV와 DTI를 90%까지 확 풀겠다”고 말했다. 

우원식 의원 역시 부동산 정책을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지난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은 코로나19로 무너진 국민의 삶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을 뿐 아니라 부동산 정책에서의 무능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홍영표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동산 정책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가장 실패한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2·4 부동산 공급대책으로 많이 보완됐고 부동산 정책 기조와 방향이 이제 제대로 마련됐다고 본다. 지금 정책 기조와 방향을 흔들면 안 된다고 본다”며 다소 유보하는 태도를 견지했다.

정부 정책에 문제점이 드러났다면 수정‧보완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기존 정책의 실패 원인과 새 정책의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손바닥 뒤집듯 하는 정책 변경으로 당 쇄신은 물론이고 정권 재창출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민주당의 당권 주자들은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제시한 ‘계획의 오류 이론’에 빠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과거 카너먼의 일화를 되짚어 봐야 한다.

‘사람의 의사결정과정’ 교과서에 넣어야 한다는 카너먼의 주장을 이스라엘 정부가 받아들여 새로운 교과서를 집필할 수 있도록 했다. 2년여의 세월이 흘렀을 당시 카너먼은 팀원들에게 언제쯤 집필을 완료할 수 있을지 물었다.

2년 정도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교과과정 개발 전문가인 시모어 폭스의 생각도 같았다. 그런데 카너만이 “다른 팀은 얼마나 걸렸냐”는 질문에 폭스의 대답은 완전히 달라졌다. “중도에 포기한 팀이 40%이며 빨라야 7년 늦으면 10년을 넘기기도 한다”고 했다. 

절망한 카너먼은 “우리 팀의 능력과 재원은 어느 정도”냐고 되묻자 폭스는 “평균 이하”라고 단언했다. 결국, 교과서는 8년 뒤에서야 완성됐다. 하지만 새 교과서는 교육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다. 이후 카너먼은 이 일화가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경험이었다고 회고했다. 

사람이 예측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는 ‘내부관점’, 또 다른 하나는 ‘외부관점’이다. ‘내부관점’을 이용해 예측하거나 계획을 잡으면 낙관적 편향에 쉽게 빠지는 특성이 있다.

“이 일은 내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외부관점’에서 계획을 세우면 훨씬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인 폭스 조차 카너먼 팀의 일원으로 ‘내부관점’에서 상황 판단을 하다 보니 말도 안 되게 낙관적인 계획을 내놓게 됐다는 것.

더 무서운 건 낙관적인 ‘내부관점’과 객관적인 ‘외부관점’이 충돌하면 구성원들은 대부분 비관적이고 객관적인 외부관점을 무시한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당권 주자들은 현재의 예측과 계획이 ‘내부관점’이 아닌 ‘외부관점’에서 수립됐는지 복기할 필요가 있다.

당장 대선의 유불리만 따져 무엇을 지켜야 하고 무엇을 고쳐야 할지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조변석개하다간 정권재창출은 고사하고 집값을 폭등시켜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안정성을 크게 훼손했다는 멍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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