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자는 온라인 마권 도입 법안…속 타는 ‘마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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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자는 온라인 마권 도입 법안…속 타는 ‘마사회’
  • 최재원 기자
  • 승인 2021.04.1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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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전반기 1237억 영업손실…온라인 도입안 계류중
김우남 “온라인 발매 절실”…불법 사설경마 억제 효과
경주마 ‘코리아헌터’가 부산경남경마공원 경주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경주마 ‘코리아헌터’가 부산경남경마공원 경주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매일일보 최재원 기자] 한국마사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적자경영을 피하지 못한 가운데 온라인 마권 도입에 대한 논의는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계류 중인 상황이다.

13일 공공기관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반기 기준 12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816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7667억원) 대비 73.9%(2조7851억원) 감소했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역시 지난달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지난해 한국마사회의 매출손실액이 6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매출 감소로 국세·지방세·축발기금 등의 세수도 약 1조원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에 한국마사회는 지난해부터 긴축 경영에 들어갔으나 오는 7월이면 보유자금마저 소진된다.

한국마사회의 적자전환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경마가 차질을 빚으면서 시작됐다. 한국마사회는 현재 무관중 경마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수익원인 마권과 입장료에 대한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인건비, 훈련비용 등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한국마사회와 말산업계는 온라인 마권을 주목하고 있다. 경마공원은 다중 운집 시설 등으로 분류되며, 현행 마권 발매구조는 전염 질환 전파에 취약하기에 비대면·비접촉 방식인 온라인 마권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달 4일 김우남 신임 한국마사회장이 취임식에서 온라인 마권의 법제화를 제창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김 회장은 “온라인 발매 도입과 고객 친화적 환경 구축에 전사적인 역량을 결집할 것”이라며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회장 직속의 ‘경마산업발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역시 프랑스, 영국, 일본, 싱가포르, 미국과 캐나다의 일부 주 등을 해외사례로 들어 온라인 마권 도입이 한국마사회의 위기극복을 넘어 불법 사설경마 수요 억제, 장외발매소 관련 부작용을 해소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온라인 마권 발매제 도입의 쟁점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는 해당 국가들이 불법경마와 같은 불법도박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합법적인 온라인 베팅제도를 도입했다는 내용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 입법조사처는 “불법 베팅시장의 규모는 감소하고 합법적인 온라인 베팅시장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온라인 마권을 허용하기 위한 법안은 아직까지 마련되지 못했다. 지난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한국마사회의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하는 ‘한국마사회법 일부개정안’ 등 4건이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계류 중인 것. 온라인 마권에 대한 논의는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이뤄졌으나 결국 통과되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아울러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사행성 문제로 온라인 마권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국내의 경마사업이 국민들의 인식에서 여전히 사행성이 강하다는 게 온라인 마권을 반대하는 이유이다.

한편, 한국마사회가 적자전환되면서 말산업 전체가 침체되는 상황이다. 지난 3월 올해 처음으로 시행된 경주마 경매가 23%라는 저조한 낙찰률로 마감된 것도 이를 반증한다. 코로나19 이전만 하더라도 경주마 낙찰률은 30%대를 훌쩍 웃돌았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경매는 말산업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경매시장의 계속된 침체로 말산업 전체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며 “경마산업의 조속한 정상화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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