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車업계 사무직 노조 추진… 새 노동운동 미래 그리나
상태바
[기자수첩] 車업계 사무직 노조 추진… 새 노동운동 미래 그리나
  • 성희헌 기자
  • 승인 2021.04.11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희헌 산업부 기자
성희헌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성희헌 기자]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사무직 노동조합 설립 움직임이 일고 있다. 생산직 중심의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지난 2월 LG전자에서는 생산직과 별도로 사무직 노조가 설립됐다. 물꼬가 터지자 현대자동차뿐 아니라 금호타이어에서도 사무직 노조 설립 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차 사무직과 연구직 직원들은 생산직과 분리된 그룹 차원의 별도 노조 설립을 위해 임시집행부를 구성했다. 임시집행부는 최근 노조 가입 의사가 있는 직원으로부터 의향서를 제출받았다. 집행부 구성 방식, 조합 형태, 가입 범위 등에 대한 검토도 진행되고 있다. 노조 결성을 위해 개설한 네이버 밴드에는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트론, 현대로템,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 등 계열사 직원까지 3600여명이 모였다.

이같이 현대차는 사무·연구직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진 상태다. 성과 보상 논의가 사무·연구직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채 생산직 위주로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동결, 성과급 150%, 코로나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에 합의했다. 업무가 각기 다른데도 생산직 노사협상 결과에 따라 보상이 결정됐던 것이다.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는 지난 2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노조 설립 신고증을 제출했다. 이들 역시 그동안의 임단협 과정에서 임금 체계와 근로 조건 등에서 사무직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금호타이어 노사는 임금 동결에 생산·품질 경쟁력 향상을 위한 격려금 100만원, 통상임금 소송 해결 등을 골자로 하는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가결했다. 게다가 격려금 100만원이 생산직에게만 지급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 중심에는 1980~2000년대생의 ‘MZ세대(밀레니엄+Z세대)’가 있다. 이들은 젊은 세대인 만큼 조직에 대한 충성심보다 본인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둔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현장 근로자 중심의 생산직 노조와는 다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양상의 노동운동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지속적으로 노조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파업 등 연례행사로 대중이 공감하기 어려운 ‘투쟁 깃발’을 들어올린 것이다. 사무직 노조는 파업을 앞세웠던 노조 관행과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도 내보이고 있다.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하기보다 원칙이나 공정을 주요 가치로 두는 새로운 지향점을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