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중전화와 은행 점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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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중전화와 은행 점포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1.04.0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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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과거 우리 생활 속에는 공중전화가 있었다. 약속 장소에서 친구에게 호출을 하거나 긴급히 집에 있는 가족과 연락할 수 있게 해주는 필수적인 문물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공중전화 부스를 배경으로 하는 장면이 친숙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휴대전화의 대중화에 따라 점차 그 수가 줄어든 공중전화는 이제 가끔이라도 마주치면 생소하기까지 한 대상이 됐다.

앞으로는 은행 점포들도 공중전화처럼 최소한의 수만 남고 멀어져갈 것으로 보인다. 집 근처 은행에서 번호표를 뽑아들고 순번을 기다리다 창구에서 은행원과 마주앉아 금융 업무를 보던 기존의 생활방식에 머지않아 작별을 고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8개 국내 은행과 우체국예금 오프라인 창구에서 입‧출금 또는 이체 업무를 처리한 비중은 7.4%로 2017년 10%에서 2.7%p 떨어졌다. 반면 인터넷·모바일뱅킹 비중은 45.4%에서 65.8%로 뛰었다. 4대 시중은행 영업점 수도 2015년 3506개에서 지난해 말 2914개로 5년 만에 600개 가까이 줄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약 40곳의 점포 통·폐합이 결정됐다.

이는 최근 인터넷은행, 핀테크(금융기술) 등의 저변 확대와 함께 디지털 중심으로 급변하는 금융환경을 나타낸다. 기존 은행들은 방문객 수가 줄어든 영업점을 정리하며 생존을 위한 경영 효율화를 꾀할 수밖에 없게 됐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니다. 독일 네오뱅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은행 점포가 2034년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주요 금융지주들은 인터넷은행을 설립하고 싶다는 의견을 모아 금융위원회에 전달하기로 했다. 인터넷은행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면 납득이 간다. 2017년 출범한 케이뱅크는 지난해 6월까지 1조8500억원에 불과했던 수신 잔액이 최근 10조원을 넘어섰고, 카카오뱅크도 지난달 말 기준 수신액 25조3910억원을 기록해 이미 지방은행들과 견줄 수준이 됐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기술 발전으로 빠르고 간편하게 금융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금융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아직 복잡한 상품 설명이나 상담을 위해 대면 업무를 선호하는 수요가 있지만 AI 챗봇 등 IT 고도화에 따라 이 역시 비대면으로 빠르게 대체될 전망이다.

다만 고령자 등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지는 계층의 불편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은행권은 점포 폐쇄에 앞서 사전영향평가를 수행하는 등 보완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결국 공중전화 부스처럼 필수 용도만을 위해 운영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음식점에서 무인 판매대를 사용하지 못한 엄마가 울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문물의 급격한 변화가 정작 ‘사람’을 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울림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했다. 기술 발전의 중심에는 마땅히 그 편의를 누려야 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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