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주범’ 가연성 샌드위치패널, “이제 못 쓴다”…업계 대변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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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주범’ 가연성 샌드위치패널, “이제 못 쓴다”…업계 대변혁 예고
  • 문수호 기자
  • 승인 2021.03.23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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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3일 건축법 일부개정법률 시행…가연성 스티로폼·우레탄패널 시장 퇴출 임박
샌드위치패널 및 외벽 마감재료 성능 시험, 심재 분리…단열재도 준불연 성능 갖춰야
가격인상 따른 시장점유율 축소 우려…전면 시행에 따른 규모의 경제 갖추면 해결
개발비 등 비용 상승에 따른 부담 크지 않아…준불연 심재, 전체 공사비 0.5% 미만
스티로폼 및 우레탄 원료, 경동원…SH에너지화학 등에서 준불연 원료 개발 완료
국토교통부에서 매년 건축물 화재안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개선되지 못하고 화재가 반복되고 있다. 사진은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 당시 전소된 건물의 모습. 사진=매일일보
국토교통부에서 매년 건축물 화재안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개선되지 못하고 화재가 반복되고 있다. 사진은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 당시 전소된 건물의 모습. 사진=매일일보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샌드위치패널 업계가 대대적 변화를 앞두고 있다. 끊임없는 화재 사고 이후 수년간 지체돼왔던 건축법 개정이 올해 말 드디어 시행되기 때문이다. 건축법 개정으로 가연성 샌드위치패널과 외벽 마감재료의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시장 판도가 변화될 조짐을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이 공표됐다. 이에 오는 12월 23일부터 그동안 주로 사용됐던 가연성 샌드위치패널 심재인 스티로품과 우레탄 사용이 불가해지고 불연성 심재만 사용이 가능하게 된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성능 인증 시험이 바뀐다는 점이다. 기존 복합자재(샌드위치패널)의 경우 자재 전체가 불연 판정을 받으면 인증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심재만 따로 불연 재료를 인증 받아야 한다. 또 외벽의 경우에도 두 가지 이상의 재료가 사용된 자재의 경우 각 재료가 각각 불연 판정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바뀐 조항은 업계에서 논란과 반대가 있는 부분이다. 샌드위치패널 시장은 70~80% 이상이 스티로폼 심재를 사용하고 있고, 최근 열관류율이 지속 강화되면서 우레탄 심재 사용도 늘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스티로폼패널과 우레탄패널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개정안이라며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외벽 마감재료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LG하우시스의 PF보드 역시 사용이 불가능해진다. PF보드의 핵심은 알루미늄 박지를 이용한 불연 성능 확보인데 이제 심재도 불연 성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신제품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같은 이유로 그동안 중소기업 퇴출 및 일자리 문제 등과 겹쳐 정부에서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지 못했었다. 그러나 매년 끊이지 않는 화재사고로 인해 지난 2020년 4월 이천 화재 이후 결국 범정부 TF와 국토부 화재안전 TF, 전문가 및 업계 회의를 통해 논의가 이뤄지며 이번 건축법 개정이 이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건축법 개정 방침은 특정 자재의 시장 퇴출이 아닌 성능이 확보된 안전한 자재의 시장 보편화를 위한 첫걸음이라는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 샌드위치패널의 심재 성능 왜 중요한가?

샌드위치패널의 경우 제조 단계에서 성능확인이 어려운 공정 구조다. 생산된 제품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1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유통된 제품 중 성능 시험 결과 부적합 통보를 받게 되면, 건축현장에 납품된 자재를 전량 재반입해야 한다. 또 시공된 경우 전량 교체한 후 재시공해야 하며, 이에 따른 모든 비용은 제조업체에서 부담해야 한다.

샌드위치패널의 경우 심재가 철판 사이에 들어가기 때문에 현재까지의 성능 시험에서는 철판으로 인해 불연 및 난연 성능을 취득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막상 화재 현장에서는 가연성 심재가 화재를 키우거나 유독성 물질을 배출해 피해가 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패널 일체로 시험하는 방식은 실제 방화 성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얻어 철판과 별개로 심재의 화재 성능을 직접적으로 판정하는 방향으로 건축법이 개정됐다.

반복되는 대형 건축물 화재로 단열재와 성능시험 개선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 당시 전소된 건물 내부 모습. 사진=매일일보
반복되는 대형 건축물 화재로 단열재와 성능시험 개선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 당시 전소된 건물 내부 모습. 사진=매일일보

◇ 스티로폼 및 우레탄 패널 퇴출?…심재 성능 확보 불가능한가?

업계에서 가장 이번 건축법 개정으로 우려하는 것은 스티로폼 및 우레탄 단열재의 퇴출로 인해 중소 패널업체들의 경쟁력 상실이다. 이들은 준불연 이상의 성능을 가진 스티로폼과 우레탄 원료 개발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또 시장 퇴출 시 약 1만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미 SH에너지화학에서 준불연 EPS원료의 상업화에 들어갔으며, HDC현대EP도 고난연성 발포 폴리스티렌을 상용화에 성공했다. 또 경동원은 준불연 우레탄 원료를 만들고 있으며, 애경유화는 이미 10년 전에 준불연 우레탄 원료를 개발한 바 있다.

사실상 패널업체들이 우려하는 바는 가격인상에 따른 시장 축소다. 다른 소재에 시장을 빼앗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준불연 성능을 가진 원료들이 시장에 판매되고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면 가격을 낮출 수 있고, 고객을 포함한 시장 전체에 화재 안전에 대한 인식 변화가 생기면 자연스레 정착이 가능하다.

단지 제품 가격인상으로 인한 시장 변화에 대한 불안감으로 화재 안전에 대한 불감증을 이어갈 수만은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이미 일부 업체들이 준불연 원료에 대한 개발을 마친 상태”라며 “별도의 개발비는 필요 없고 기존의 설비 그대로 생산이 가능하다. 특히 샌드위치패널업체들은 일부 설비 투자만으로 기존 설비를 글라스울패널 겸용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에스와이 등 주요 샌드위치패널업체들은 이미 기존 생산라인을 전부 스티로폼과 글라스울 겸용 생산으로 전환했다.

 
◇ 공사비 증가?… 샌드위치패널 비중 3% 불과

기존 샌드위치패널업체들은 준불연 원료 전환으로 공사비가 증가해 고객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샌드위치패널은 건축물 전체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3% 미만에 불과하다.

실제 준불연 심재 사용으로 인한 비용 증가도 0.5% 미만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준불연 심재 사용이 일반화돼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면 비용을 더욱 낮출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재에 안전한 건축물의 확보 및 화재 시 발생되는 인명, 재산의 피해를 고려한다면 전체 공사비의 0.5% 미만의 상승은 비용이 아닌 화재에 안전한 건축물 확보를 위한 투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제품의 가격인상에 따른 비용 상승을 우려해 국민을 화재 사고로 내모는 일은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며 “이미 준불연 심재 원료의 개발이 완료돼 있는 만큼 샌드위치패널업체들도 설비 투자를 통해 화재 안전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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