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국부와 주식회사 역량은 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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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국부와 주식회사 역량은 비례한다
  • 서준식 숭실대 겸임교수
  • 승인 2021.03.14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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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년 네덜란드 국민들은 십시일반 막대한 자본금을 모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라는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이 회사를 통해 당시 최강국이었던 거대한 스페인을 침몰시키고 세계 패권을 차지하였다. 이후 세계의 패권은 주식회사의 힘이 가장 강력했던 나라인 영국, 미국의 순으로 이동해왔다. 지금은 어떠한가? 러시아ㆍ인도ㆍ브라질 등 넓은 국토나 강한 군사력 또는 많은 인구라는 강점을 가지고도 주식회사의 힘이 약한 나라들은 열위에 놓이는 반면, 중국의 경우 크고 많은 주식회사들을 무기 삼아 미국이 가진 세계패권을 넘보고 있다.

국민이 주식을 많이 보유해야 강한 주식회사들이 양성되고 이들을 통해 국부와 가계의 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며 실천하고 있다. 또 필자는 장기투자자이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들의 평균 보유기간이 10년을 훌쩍 넘어선다. 비옥한 논밭처럼 좋은 주식을 잘 골라 놓으면 그 주식은 날씨가 나쁠 때에도 어느 정도의 배당을 추수하게 해주었고 가끔씩은 큰 풍년이 들어 큰 수확을 하게 해줄 때도 있었다. 필자의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기에 이를 주변에 적극 권유하기도 한다. 일확천금을 노린 복권처럼 주식을 사라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자연스런 재산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비중 있게 보유하자는 것이다.

올해 날씨가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농부가 논밭을 팔아야 하는가?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시스템은 전쟁, 천재지변, 테러, 경제위기 등 온갖 위기들을 극복하고 수정되면서 발전해왔다. 때문에 오히려 위기들은 큰 기회가 되어주었다.

아무리 좋은 주식을 골라 장기투자하고 싶어도 만약 그 회사의 대주주나 경영진이 회사의 성과를 소액주주들에게 제대로 나눠주지 않으면 어떡하냐는 질문이다. 농사가 잘될까 걱정하기보다도 같이 경작하던 동업자가 어느 날 수확물을 다 훔쳐가 버리면 어떡하냐는 걱정인 셈이다.

대주주의 소유회사에 이익 몰아주기, 불공정하거나 무리한 인수ㆍ합병(M&A)이나 자회사 설립 등 일반주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대주주의 횡포가 우리나라에서 유독 많은 것 같다. 적절한 배당을 하지 않아 소액주주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온다. 일반주주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대주주의 무리한 의사결정들은 해외의 굵직굵직한 가치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손 털고 나가게 하는 직접적인 이유가 되었다.

한때 포스코의 약 5% 주주였던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당시 포스코의 부문별한 자회사 인수에 대해 경고하다가 결국 2013년 무렵 모든 지분을 팔고 떠나버렸다. 또 2002년부터 한국의 주식을 대거 매입하며 한국 주식을 좋아했던, 현존하는 최고 가치투자자 중 하나인 세스 클라만의 바우포스트 그룹도 2014년 무렵 한국 주식을 전량 매도하며 떠났는데, 그 이유가 당시 보유하던 기업들의 대주주가 내린 독단적인 행동에 실망했다는 후문이다. 매년 이익을 꽤 내면서도 청산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가를 가진 기업이 부지기수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의 주요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개정 상법은 소위 '경제민주화'법으로 통한다. '왕이 곧 국가'가 아니라 국민이 곧 국가인 것이 정치민주화라면, '대주주가 곧 기업'이 아니라 일반주주들이 자신이 보유한 주식 수만큼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경제민주화'이다.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지면 보다 많은 국민들이 안심하면서 더 많은 재산을 장기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양질의 돈들은 보다 많은 강한 주식회사들을 양성할 것이고 우리나라 경제를 더욱 활성화시킬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상당부분은 해소될 것이다. 주식장기투자자의 입장에서 개정 상법이 후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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