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거 이기자고 나라 장래는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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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거 이기자고 나라 장래는 '나 몰라라'
  • 박지민 기자
  • 승인 2021.02.2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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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은 부산시장 보궐선거 핵심 공약인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선거 이전 통과를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고, 본회의 처리만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가덕도 신공항 사업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이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냈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위원들조차 우려의 목소리를 냈음에도 상임위를 통과시킨 것으로 24일 알려지면서 선거를 위한 '졸속 특별법'이라는 비판에 다시 직면하게 됐다.

국토부는 이달 초 국회 국토위 위원들에게 제출한 '국토부 가덕공항 보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여당이 주장하는 '동남권 관문공항'급이 되려면 신공항 사업비가 28조6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당초 부산시가 제시한 7조5000억원의 약 4배에 이르는 규모다. 그러면서 "예비타당성(예타성) 조사 면제 대상으로 선정되더라도 사업비가 크게 증가해 적정성 검토과정에서 사업규모 축소 등 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국토부는 안전성·시공성·운영성·환경성·경제성·접근성·항공수요 등 7가지 항목을 들어 가덕도 신공항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국토부는 '공무원의 법적 의무 검토'를 적시하면서 "정당한 이유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유기한 경우, 절차상 문제를 인지한 상황에서 가덕신공항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하며, 성실 의무 위반도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는 관계부처인 법무부와 기획재정부의 의견도 있었다. 법무부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라는 개별적, 구체적 사건만을 규율하는 개별 사건 법률로써 적법 절차 및 평등원칙에 위배될 우려"라고 했고, 기재부는 "예타 조사는 예산낭비 방지 등을 위해 대규모 신규 사업에 대한 타당성을 미리 검증하는 제도로써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대한 우려는 이를 통과시킨 국토위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도 나왔다. 지난 17일 국토위 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실시설계가 나오기 전에 일단 공사부터 한다? 우리 동네 하천 정비할 때도 그렇게 안 한다"고 했고,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은 "아무리 급해도 이런 졸속한 법이 나왔나. 참 우리(국회의원들) 위신상의 문제"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정치권은 특별법을 예정대로 26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030 부산 엑스포 이전에 개항하겠다. 부산·울산·경남 시·도민 여러분이 한 치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다. 여기에 청와대까지 거들고 나섰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회에서 입법 결정을 내린 것이니 정부는 신속하고 원활한 지원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각 부처의 이견 없이 국가적 사업이 잘 진행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당대표 성추행 사태로 이번 선거 무공천을 결정한 정의당의 비판은 가덕도 신공항의 실체를 보여준다. 정의당은 "가덕도 신공항은 선거와 표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대국민 사기에 가깝다"고 규정했다. 선거철에 정치권에서 신공항이 떠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인 '정치 공항'으로는 청주공항(노태우 정권)과 양양공항(김영삼 정권)이 있으며 현재 두 공항 모두 적자다. 선거는 단 하루지만 나라의 장래는 더 길고 국토에 남겨지는 상처는 더 오래간다. 선거 때마다 이런 식이면 대한민국은 나라의 장래를 망치는 일회용 사업으로 넘쳐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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