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잠수복 귀순 때 軍 감시망 3시간 넘게 뚫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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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잠수복 귀순 때 軍 감시망 3시간 넘게 뚫려 있었다
  • 김정인 기자
  • 승인 2021.02.2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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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10차례 포착됐는데 9번째서야 인지
귀순자 통과 철책 배수로는 존재조차 몰라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이 17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2사단 귀순자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이 17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2사단 귀순자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16일 발생한 동해 잠수복 귀순 사건을 조사한 결과, 당시 3시간 넘게 군의 감시망이 무력화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남성이 월남하는 과정에서 경계용 감시카메라(CCTV)에 10차례 포착됐지만, 최초 포착 이후 3시간 넘게 지나 9번째 포착 시점에서야 군은 비로소 CCTV 포착 사실을 인지하고 상황보고에 나섰다. 귀순자가 통과한 철책 배수로는 관할 부대에서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23일 합참의 '검열단 현장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북한 남성은 지난 16일 오전 1시5분쯤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 철책 전방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잠수복과 오리발을 암석지대에 버렸다. 합참은 이 남성이 북한 모처에서 잠수복을 입고 해상으로 헤엄쳐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상황은 관할 부대의 해안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검열단 확인 결과, 오전 1시5분부터 38분까지 4대의 CCTV에 이 남성이 5회 포착됐고, 상황실 모니터에 2회 경보음이 울렸다. 그런데도 상황실 감시병은 이를 놓쳤고 해당 부대에서는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검열단은 다른 곳의 CCTV에서도 북한 남성이 포착된 사실을 확인했다. 오전 4시12분에서 14분 사이 해군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CCTV에 북한 남성이 3회 포착됐는데, 이때는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 위병소 근무자가 알아채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군은 민통선 소초에서 오전 4시16분에서 18분 사이 9번째와 10번째 CCTV 포착이 이뤄진 뒤에야 이를 인지했다. 3시간 넘게 총 10차례 CCTV에 포착됐는데도 군은 8차례나 놓친 것이다. 그렇다고 상황 전파가 빠르게 이뤄진 것도 아니다. 민통선 소초에서 상황이 주요 부서와 직위자에게 전달된 시점은 오전 4시47분이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해당 북한 남성이 통과한 해안 철책 배수로의 존재를 관할 부대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합참은 "미상 인원(북한 남성)이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를 확인하기 위해 해안 수색 간에 부대 관리 목록에 없는 배수로 3개소를 식별했다"며 "배수로 차단물의 부식 상태를 고려할 때 미상 인원 통과 전부터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군은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환골탈태의 각오로 근본적인 보완 대책을 강도 높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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