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17년형 ‘퇴임 대통령 불행’ 재확인...공수처 정국 더 달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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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17년형 ‘퇴임 대통령 불행’ 재확인...공수처 정국 더 달굴 듯
  • 조민교 기자
  • 승인 2020.10.29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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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이후 모든 대통령 퇴임후 불행
홍준표 "文대통령은 자유로운가" 경고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이명박 정부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던 2012년 5월 초, 당시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을 이끌던 박지원 현 국가정보원장은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해 "명예롭게 퇴임하고, 퇴임 후에도 불행한 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결코 묻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그로부터 8년 6개월이 지난 2020년 10월 29일 박 원장의 경고는 현실이 됐다. 이날 대법원은 다스에서 252억원을 횡령하고 삼성그룹으로부터 약 89억원의 뇌물을 수수하는 등 횡령·뇌물수수·국고손실 혐의를 인정,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벌금 130억원·추징금 57억8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최초 의혹제기로부터 13년이 지나기는 했지만 이 전 대통령 역시 '퇴임 대통령의 불행'이라는 한국 정치사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같은 날 보수야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경고가 나왔다. 홍준표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유죄판결 소식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법원의 판결을 두고 "참 어이가 없다"고 비판한 뒤, 현재 옥중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 혐의를 거론하며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홍 의원은 "최순실을 도와주기 위해서 경제계의 협조를 받았다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을 뇌물로 판단한다면 역대 대통령 중 뇌물로 걸리지 않을 대통령이 어디 있나"라며 "수백억 뇌물 사건에 어찌 추징금이 하나도 없는가. 문 대통령은 이로부터 자유로운가"라고 했다.

건국 이후 한국의 모든 대통령의 퇴임 후는 불행했다.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은 4.19 혁명에 하야 후 망명했고, 윤보선 전 대통령은 5.16 쿠데타로 강제로 자리에서 쫓겨난 뒤 사법처리 대상이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부하의 총에 맞아 18년의 기나긴 독재를 마감했다. 최규하 전 대통령은 신군부의 압력에 단명으로 끝났고, 그를 쫓아내고 광주 시민들의 피바다 위에서 권력을 쥔 전두환과 노태우씨도 결국 법과 역사의 단죄를 받았다. 민주화 이후에도 불행은 계속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모두 아들들이 임기말 구속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가족 비리의혹으로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비판을 받았던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도 비리 혐의로 형이 확정됐고,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라는 굴레를 쓴 채 투옥된 상태다. 과연 문 대통령이라고 예외일 수 있겠느냐는 경고가 보수야권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불행의 원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제가 근본 원인'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이날도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국민이 선출한 국가원수이자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우리나라에도 불행한 역사다. 되풀이되는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이, 개개인의 잘잘못 여부를 떠나,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준 헌법 체계에서 싹트지 않았는지 깊이 성찰하고 대안을 마련할 때"라고 했다. 실제 그동안 끊임없이 개헌 주장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적 선전 또는 구호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 정부 역시 개헌을 주장하면서도 국민이 선호한다는 이유로 제왕적 대통령제에 근본적인 수술을 가하기를 원치 않고 있다. 4년 중임제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개헌 방향이다.

대신 현 정부는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관철시키고자 한다. 이를 두고 보수야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노후보장용'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검찰이 완전히 정권에 장악됐다. 공수처는 이미 대통령의 노후 보장보험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며 "선거구제 무력화한 것도 결국 의회 안정적 다수를 차지하기 위함이고 검찰총장 내치고 공수처 설치하는 것도 권력비리 수사 못하게 사정기관 마비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 퇴임한 후 나와 동지들이 검찰에 당한 모욕과 박해는 그런 미련한 짓을 한 대가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 역시 비슷한 인식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연말 공수처 정국이 다욱 달아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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