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류호정 향한 "어이" 발언이 대한민국 정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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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류호정 향한 "어이" 발언이 대한민국 정치 현주소
  • 조현경 기자
  • 승인 2020.10.2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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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가 국회 국정감사 답변 도중 질의했던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자신의 말을 끊자 "어이"라고 해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최 대표는 해명자료를 통해 "호칭이 아닌 감탄조사와 같은 혼잣말 표현"이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류 의원은 이어진 국정감사에서 "(최 대표가 나를 향해) '어이'라고 되물었는데 그때 '사장님 친구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감을 해보니 서로 말을 끊은 경우가 종종 생기지만 누구도 '어이' 하면서 말을 끊지는 않는다. 여기 있는 의원들 사이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상상해보라.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류 의원뿐 아니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전체를 얕잡아 본 것 같다"고 했다.

이 같은 논란에 네티즌들의 반응은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국회의원에게 어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반응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니까 무의식중에 나올 수도 있다"는 반응으로 나뉘었다. 실제로 최 대표는 1949년생이고, 21대 국회 최연소 의원인 류 의원은 1992년생이라 무려 43살의 차이가 난다.

최 대표는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대선캠프의 홍보고문을 맡아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만든 광고 전문가다. 광고 전문가라면 일반인 평균보다 혁신적인 사고를 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런데도 이 같은 문제 발언을 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21대 국회는 젊어졌다. 아니, 젊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회의원 300명의 평균나이는 54.9세이고, 30대 이하 당선인은 20대 의원인 민주당 전용기 의원과 류 의원을 포함해 13명에 불과하다. 지난 총선에서 여야의 대규모 물갈이 공천으로 초선 의원들이 21대 국회에 151명이나 입성했음에도 전체 연령은 20대 국회보다 불과 0.6세 낮아졌을 뿐이다. 2030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기에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 만약 국회에 청년 파워가 가득했다면 감히 일개 피감기관 입에서 "어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었을까.

한 가지 더. 기자는 이번 논란이 단지 나이 문제만은 아니었다고 본다. 사람들은 본회의장에 붉은색 원피스를 입은 류 의원은 알아도 삼성을 향해 "말장난하지 마라. 그게 기술 탈취 아니냐"고 호통친 류 의원은 모른다. 나이에 더해 여성 정치인에 대한 인식도 최 대표의 발언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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