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예고된 전세대란, 대책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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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예고된 전세대란, 대책 마련 시급
  • 최은서 기자
  • 승인 2020.09.2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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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세시장은 가을 이사철과 맞물려 전세난이 현실화됐다. 전세 계약은 급감하고 있지만 전셋값은 급등하며 시장이 혼란한 모습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민간 시세 조사업체의 조사결과도 나왔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말보다 5.9% 상승했는데, 과거 연간 상승률과 비교해도 2015년 이후 가장 높았다. 

통상 7~8월은 전세시장 비수기인데도 전셋값 상승세가 되려 확대되면서 서민 주거 불안이 커진 것이다. ‘부르는게 값’, ‘자고 일어나면 오른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상승세가 가파르다. 실제 전세시장을 살펴보면 한 달 사이 수천만원은 물론이고 수억원씩 뛴 사례도 허다하다.

전세시장 불안은 새 임대차법과 무관치 않다. 집주인들이 새 임대차법 시행에 맞춰 신규 전세 물건을 높은 가격에 내놓고 있는데다, 전세 갱신 계약이 늘며 전세 매물이 줄어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단기간에 전셋값이 뛰면서 전셋값이 매매값을 뛰어넘는 깡통전세까지 나오고 있다. 말 그대로 ‘전세대란’인 셈이다. 임차인과 임대인 간 갈등도 이어지며 임대차 시장 분쟁도 급증 추세다.

세입자들을 안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초기에서부터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는 만큼 정책적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해법을 찾기 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을 뿐이다.

전셋값이 점차 안정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는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택시장 가격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자평하고, “주택매매시장 안정은 향후 임대차3법의 정착, 4분기 공급물량 확대 등과 함께 전월세 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진영논리에 휩싸인 정치권도 ‘오십보백보’다. 정치권에선 여당은 임차인 권리를 강화하는 법안을, 야당은 임대인 방어권을 강화하는 법안들을 내놓으며 대립, 공방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많은 시장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규제의 칼날만으로는 시장을 잡을 수 없다. 더욱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 신뢰를 잃는다면 효과를 볼 수 없다. 정부가극에 달하고 있는 임차인과 임대인 간 갈등을 흐르는 시간에 기대어 해결하려 한다면 또다른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 전셋값이 치솟자 갭투자 비율이 재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대기 수요, 실거주 의무 강화, 저금리 유동성 등의 영향으로 전세매물은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는 만큼 전세시장 혼란은 한동안 이어질 공산이 높다. 서민 주거 시름이 더 깊어지지 않도록 전셋값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과 정책 방향에 대한 재점검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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