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1·한남1·흑석2를 가다] 공공재개발 공모 돌입…현장에선 ‘기대반, 우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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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1·한남1·흑석2를 가다] 공공재개발 공모 돌입…현장에선 ‘기대반, 우려반’
  • 이재빈 기자
  • 승인 2020.09.20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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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후보지 선정 공모…빠른 사업 추진에 기대감
인센티브·의견반영 등 우려도…35층 제한·연속성은 변수
아현1구역 전경. 이 사업지는 추진위는 없지만 구역지정 당시 확보한 주민 연락처가 있어 동의율 달성이 수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이재빈 기자

[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돼 주거환경이 개선되길 기대하는 마음도 크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발 과정에서 주민 의견은 제대로 반영될 지, 제시한 인센티브는 계획대로 받을 수 있을지, 정권이 바뀌거나 하면 정책이 연속성 있게 이어질지 등이 우려된다.”

서울시내 한 공공재개발 참여 예정지 소유주의 설명이다. 비단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주민이 기대 반, 걱정 반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45일이라는 공모기간이 다소 짧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18일 기자가 찾은 서울 마포구 아현1구역은 정비가 시급해 보였다. 아현1구역은 영화 ‘기생충’의 촬영지 중 한 곳인 돼지슈퍼가 있는 지역이다. 사업지에는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높은 계단과 끝없이 이어진 언덕이 즐비했다.

인근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사실상 재개발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지역이 아현1구역”이라며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동의율이 70%에 육박하고 공공재개발 검토 소식이 알려지면서 2~3억원 하던 물건이 이제는 8억원을 호가한다”고 귀띔했다.

아현1구역은 추진주체가 없는 정비예정구역이기 때문에 공공재개발 공모에 참여하려면 예정구역 내 주민 10% 이상의 동의서를 걷어야 한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구역 지정을 위한 동의서를 주민이 자발적으로 걷으면서 확보해둔 소유주 연락처가 제법 있어 10% 이상 동의율 달성은 무난해 보인다.

아현1구역 소유주 B씨는 “동의서 양식이 발표 되는대로 징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추석도 끼어있고 코로나19도 있어 가정방문이 쉽지 않겠지만 최대한 동의서를 걷을 계획”이라며 “아직 민간재개발을 원하는 주민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공공재개발 참여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옛 한남1구역 전경. 당초 상가의 반대로 정비구역이 한 차례 해지됐지만 최근 상가 소유주 측에서도 공공재개발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해 왔다. 사진=이재빈 기자

용산구 한남1구역도 공공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이태원동 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최근 들어 옛 한남1구역 매물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아직은 선정가능성이나 투자성에 대한 문의가 주”라며 “동의율 등이 드러나면서 선정가능성이 가시화되면 가격이 상당히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매물이 들어가는 중이라 호가가 예상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한남1구역 소유주 D씨는 “과거 동의율이 50% 후반에서 머물렀던 가장 큰 원인은 대로변에 인접해있는 상가 소유주들의 동의율이 낮았기 때문인데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인해 상권이 많이 침체됐다. 최근에는 상가 측에서도 공공재개발 사업에 함께 참여해 이태원 상권을 다시 살려내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대부분이 공공재개발 추진에 찬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45일이라는 기한은 한남1구역에는 다소 촉박할 것으로 보인다. 추진주체가 있는 지역들과 달리 한남1구역은 추진위가 해체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주민 입장에서는 가가호호 방문해 동의서를 걷는 수밖에 없다. 만약 정부가 후보지 선정 시 동의율 순으로 줄세우기를 할 경우 한남1구역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추진주체가 없는 사업지의 경우 서울시나 구청이 동의서 징구를 지원하거나 기한을 연장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성과 공공성이 확보된 지역일지라도 공식적인 소유주 목록이 없으면 동의서 징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동의율 순으로 줄을 세웠다가 후보지 선정에서 탈락하는 것은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아래로 보이는 흑석2구역 전경. 흑석2구역 추진위는 신청서 서식이 나오는대로 공모에 참여할 예정이다. 사진=이재빈 기자

추진위워회가 있는 동작구 흑석2구역은 최대한 빨리 공모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추진주체가 있는 사업지의 경우 공모신청서와 추진위 공문, 구청 추천서만 있으면 공모할 수 있다. 흑석2구역은 최대한 빨리 공모한 후 내달 24일 주민총회를 열어 조합원 의사를 확인할 계획이다.

흑석2구역 추진위 관계자는 “동의율이 70%를 넘기긴 했지만 아직 동의하지 않는 이들은 오랜 기간 반대해온 소유주”라며 “언제 달성할지 모르는 동의율 달성을 기다리기 보다는 공공재개발을 통해 사업을 빨리 진행하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모았다”고 말했다.

공공재개발 참여지역 주민들의 우려는 대동소이했다. 먼저 공공재개발 사업이 연속성을 가지고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다.

익명을 요구한 공공재개발 참여예정지 주민 E씨는 “당장 전 정부의 뉴스테이 사업만 봐도 정권이 바뀌면서 관련 논의가 수면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느냐”며 “이외에도 중간에 담당자가 바뀌면서 사업이 표류되지 않을까도 우려된다. 사업이 연속성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용적률 인센티브역시 관계부처에서는 여전히 서울시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의 35층 층고제한이 풀려야 추가용적률을 십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외에도 사업 진행 과정에서 주민 의견이 어떻게 반영될 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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