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016년 촛불을 다시 떠올려 보자
상태바
[기자수첩] 2016년 촛불을 다시 떠올려 보자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7.28 15: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최근 많은 이가 다시 촛불을 들었다. 2016년 겨울의 그것과 결이 많이 달랐다. 그들은 ‘임대인도 국민이다’, ‘징벌세금 못 내겠다’, ‘임대3법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부르짖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반발하기 위한 집회였다. 

이들은 스스로 서민이라고 칭하지만 기자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역할놀이’를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려스러운 지점은 따로 있다. 불공정, 특권 주의, 불평등 따위를 깨뜨려 버릴 것으로 기대하며 그 겨울 ‘촛불 혁명’을 완성했던 이들이다.

그땐 뭔가 바뀔 것 같았다. 정부를 믿었다. 집값이 안정돼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희망이 보일 줄 알았다. 1년, 2년 그리고 3년. 현재 기대는 박탈감과 분노로 바뀌었다. 하지만 우리가 체감하기 어려울 뿐 분명 세상은 계속 좋은 쪽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집값을 극적으로 낮추지는 못했으나 최근 10여 년간 삼삼오오 모이는 자리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였던 부동산 투자가 전과 같이 많이 언급되지 않도록 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부동산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는 사실을 천천히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행동 경제학 이론으로 이런 심리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인간에게 어떤 확률이 0%에서 10%로 바뀌는 것에 큰 가치가 두지만 30%에서 40%로 변하는 건 아무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가능성 효과(possibility effect)라 한다. 예를 들어 생존 확률이 없는 질병에 걸린 환자는 단 10%만 생존 가능성이 늘어도 기꺼이 몇 배에 달하는 치료비를 부담한다. 그런데 생존 확률이 40%에서 50%로 늘어날 때는 굳이 훨씬 많은 돈을 내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다. 가능성이 점차 상승 과정에서 꺾이지 않아야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 우리는 흔들림 없이 가야만 하는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는 부동산 시장의 대변혁에 겨우 첫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은 그리 만만한 자들이 아니다. 우리가 마지막 한 걸음을 내 딛는 순간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변화를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하게 할 것이다. 부디 2016년 우리의 열정과 바람, 믿음을 상기시키며 흔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