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돌아가는 글로벌 반도체 시계…한국만 사법리스크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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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돌아가는 글로벌 반도체 시계…한국만 사법리스크에 발목
  • 문수호 기자
  • 승인 2020.07.15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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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기업 간 인수합병 활발, 경쟁력 강화로 삼성 위협
중국, 정부 차원의 자금 지원…반도체 기업들 대대적 기술 추격전
한국, 이재용 부회장 기소 여부 여전히 미궁…사법리스크 해소가 관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2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2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반도체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추진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선 모습이고,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 들어서만 약 1440억위안(22조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하며 추격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기업 아날로그디바이스(이하 ADI)는 맥심 인터그레이티드(이하 맥심)의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인수합병에 나선다. 합병비율은 1대 0.63으로 내년쯤 완료될 예정이다. 인수금액은 210억달러 수준에 달한다.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ADI가 10%로 2위, 맥심은 4%로 7위를 기록하고 있다. 합병 시 매출 규모는 82억달러 수준으로 증가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도 5만개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 일환으로 정부주도의 엄청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총 조달액의 2배가 넘는 1440억위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견제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반도체 자급률 확대에 나선 것이다.

중국은 반도체 최대 수요 시장인 반면, 대부분 삼성전자와 대만 파운드리업체 TSMC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최근 미국이 자국 기술이 들어간 제품의 수출을 금지하면서 TSMC의 중국 수출이 봉쇄되는 등 자급률 확보에 불똥이 떨어졌다.

이에 중국 정부는 반도체 위탁 제조업체 SMIC에 올해만 10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등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릴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로 인해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대비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로부터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관련한 이재용 부회장의 의혹은 불기소 권고를 받았지만, 검찰은 3주가 지나도록 기소 여부를 고심 중에 있다.

경제계와 재계를 중심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여론이 높지만, 집권여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아 검찰의 결정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르면 이번 주 중 삼성 사건의 기소 대상과 혐의 등을 결정해 대검에 최종 보고할 계획이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 대규모 투자에 대한 방향성을 잡기가 쉽지 않다. 2018년 8월에 있었던 미래 성장사업에 대한 180조원의 투자 결정도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에야 결정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석방 후 대규모 투자를 연이어 발표했다. 미래 성장사업에 180조원 투자를 비롯해 지난해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밝히며 13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시스템반도체는 정부의 핵심 3대 신산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QD 디스플레이에도 1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올해는 국내 평택에 EUV 파운드리 라인과 낸드플래시 라인에 각각 10조원, 8조원 투자를 결정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으로 세계 반도체 지형이 바뀌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사법리스크에 휘둘리면 주요 기업과의 M&A 등 중요한 결정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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