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경제인은 경영을, 정치인은 정치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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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경제인은 경영을, 정치인은 정치를 하자
  • 문수호 기자
  • 승인 2020.07.05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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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거취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선도기업이자 국내 재계 1위 삼성그룹의 총수인 만큼,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삼성전자의 사법리스크는 전세계인의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에서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관련,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권고를 결정한 바 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지난 2018년 설치했다. 검사의 ‘기소 독점주의’에서 오는 폐단을 시정하기 위한 제도로,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제고를 위해 만들어졌다.

이는 일반 국민이 재판에 참여하는 미국의 배심제도와 비슷한 맥락을 갖는다. 미국의 소배심 제도가 유·무죄를 판단한다면, 대배심 제도는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을 심의 대상으로 한다. 구성원이 반드시 법조계 인사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 시민의 눈높이에서 수사, 기소 등의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해 법조계는 물론,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 분야로부터 위원후보자를 추천받아 검찰총장이 임명한다.

이렇게 구성된 수사심의위에서 지난 6월 26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 결론을 내렸다. 13명의 표결 중 10명 정도가 불기소 의견을 내 압도적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후 집권 여당 인사를 비롯해 사회단체 등에서 이 부회장의 기소를 종용하며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물론 수사심의위의 결론이 검찰 결정에 구속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검찰이 1년 7개월의 수사 과정을 거친 만큼, 소신껏 기소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다만 수사심의위의 결정에 대한 도를 넘은 비판은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특히 집권 여당의 검찰 압박은 삼권분립을 넘어선 모양새다. 심지어 같은 당 의원이 불기소의 정당성에 대해 소신 발언한 것을 두고 당의 의견이 아니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그럼 더불어민주당은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구속시키겠다는 입장이라는 건가?

수사심의위 결정을 옹호하는 의원에 대한 로비 의혹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차리리 수사심의위에 참여한 이들에게 삼성이 뇌물을 줬다고 하는 게 더 그럴싸한 주장인 것 같다.

국회의원 299명이 국민을 대표하는 이들인 만큼, 개개인의 의견과 다른 결정과 입법 결과가 내려져도 국민은 이를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수사심의위 역시 무작위로 뽑힌 13명에게 대표성을 줬다고 보는 것이 옳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으로 운영돼야 한다. 국가의 개입은 사회 전체의 이익과 관련된 중요 현안이나 국가에 반하는 극히 일부 사례에서만 허용되는 것이 민주주의다.

하지만 최근 정치인들은 결과를 정해놓고 과정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자신이 속한 단체에서 정한 결과와 다르다고 유죄를 주장하는 것이 바람직한 행태인가?

이재용 부회장의 기소를 주장하는 이들은 이 부회장이 구속되더라도 삼성 경영에 아무 영향이 없을 것이라 주장한다. 물론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기업은 존속과 영위를 위한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답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부재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정성적 평가는 수치로 나타나지 않은 만큼 이 부회장의 부재가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판단이 어렵다. 그러나 경제·재계인들은 대부분 오너의 긍정적 영향을 무시하지 않는다.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가 국가 경제와 삼성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가 무너지면 정권이 교체될 수도 있다는 점을 위정자들이 기억하길 바란다.

과거 고 정주영 회장이 14대 대통령 선거에 통일국민당 후보로 출마한 이후, 정치 보복이 이뤄진 것으로 보는 인식이 많다. 당시 2년 동안 현대에 대출을 해 준 은행은 미국계 시티은행이 유일했다. 또 세무조사 2연타로 기업을 탈탈 털었던 것도 정치 보복의 일환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당시에는 IMF 사태가 터지며 15대 대통령 선거에서 정 회장이 지지했던 후보가 당선되며 정권이 바뀌게 됐다.

17대 대통령 선거 때도 정권 교체의 가장 큰 화두는 ‘경제’였다. 기업인 출신의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경제 회복에 대한 전 국민적 갈망이 컸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추락할 때는 언제나 정권이 교체됐었다. 최근 코로나19로 IMF 때보다 경제가 더 어렵다는 말을 쉽사리 듣는다. 이 상황이 과거와 오버랩 되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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