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한민국 '상위 30%'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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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대한민국 '상위 30%' 미스터리
  • 송병형 기자
  • 승인 2020.04.0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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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정경부장
송병형 정경부장

[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퇴직한 후 연금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는 60대 A씨는 평생 자신을 소득 하위권 40~50%에 속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정부가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기준을 발표한 뒤 깜짝 놀랐다. 자신이 소득 상위 30%에 속했기 때문이다. 그는 시골에서 25평짜리, 시가로 1억5000만 원 정도에 불과한 아파트에 사는데 달리 모아놓은 재산이 없는데다 생계는 연금에 의존하고 있다. 20대에서 60대초반까지 직장인들이 수없이 많이 있는데, 연금으로 살아가고 작은 아파트 하나에서 노후를 보내는 사람이 어떻게 상위 30%에 속하게 됐을까. 답은 가구별 기준이 다르다는 점에 있었다. 그는 성장한 자녀들이 모두 독립해 아내와 자신만 남았기 때문에 2인 가구가 됐는데, 2인 가구에는 생계가 어려운 노인 부부가 많다보니 상위 30%에 속하게 된 것이다.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자신의 사연을 올리면서 “난생 처음 코로나 사태를 경험하였고 난생 처음 상위 30%가 되었다는 사실에 씁쓸하면서 놀란 날이었다”고 했다. 

#B씨와 그의 남편은 대학생 자녀 둘을 키우고 있는 맞벌이 부부다. 남편은 중소기업에 다니고 자신은 계약직 시간강사로 일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올해 수입이 반 토막 났다. 하지만 부부합산 소득을 따져보니 상위 30%에 속했다. 소득은 줄었는데 올해 둘째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지출이 확 늘었다. 대학 등록금에 서울 자취방 월세까지 내야하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마이너스 통장 대출로 두 달째 둘째 자취방 월세를 냈다. 온라인 개강으로 자취방을 비워두고 있지만 계약을 한 이상 내지 않을 수 없다. B씨 가족은 상위 30%에 속한다고 생각해보지 못했다. 절약하며 사느라 비싼 외식도 못해봤고, 메이커 신발이니 옷도 사본 적 없으며, 친구들이 다닌다는 골프나 요가 한 번 안 해봤다. 그런데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는 청와대 게시판에 “제가 상위 30%인가 하는 의문만 생긴다. 열심히 살아온 게 멍청한 것만 같다”며 “그러다보니 정부의 이번 재난지원금 정책이 원망스럽기만 하다”고 했다. 

#B씨와 비슷한 사정의 맞벌이 부부들의 하소연은 청와대 게시판에 넘쳐난다. C씨 부부 역시 맞벌이 가구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올해 1월말부터 수입이 전혀 없는 상황인데 작년 소득으로 인해 재난지원금을 못 받게 됐다는 사연을 올렸다. 그는 “세금을 낼 때만 국민이고 정말 힘들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으니 제가 정말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지 속상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보완대책으로 신청 당시의 소득상황을 반영해 선정기준을 충족하면 지원대상에 포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재난지원금에서 제외되는 맞벌이부부는 여전히 많다. D씨는 “코로나 때문에 하루 종일 아이들이 집에 있는데,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맞벌이를 하는 저는 아이들 밥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안쓰러운 마음을 꾹 눌러 참고 일터에 나간다”며 “재난지원금마저 받을 수 없다는 허탈함에, 졸지에 소득상위 30%라는 어이없음에,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냐”고 했다. 그는 “월급 받아봐야 대출금 갚고, 아이 둘 키우고, 먹고 사는 데 그 돈을 다 쓰는데 언제부터 우리 집이 고소득 가구였는지 다시 생각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열심히 사는 게 죄인지 진심으로 대통령께 묻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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