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 2의 반도체’ 배터리 산업, ‘韓 3社’ 성장 계속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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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 2의 반도체’ 배터리 산업, ‘韓 3社’ 성장 계속 되려면
  • 조성준 기자
  • 승인 2020.04.0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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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산업부 기자
조성준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최근 정유·화학은 물론 항공·자동차 등 전 산업이 신종 코로나감염증 바이러스(코로나19)로 침체 일로에 있지만 위안이 되는 뉴스도 있다.

전기차용 2차 전지(배터리) 분야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도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지만 최근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을 높여가고 있어서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에너지분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월 각국에 판매된 전기차(EV·PHEV·HEV)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국내 3사의 점유율 합계는 42.0%로 집계됐다. 그 중 LG화학이 세계 2위로 29.6%, 삼성SDI가 6.5%로 5위, SK이노베이션이 5.9%로 6위였다.

지난 1월 사용량 조사에서는 LG화학이 22.9%로 2위, 삼성SDI가 5.1%로 4위, SK이노베이션이 2.8%로 7위였다. 3사 모두 점유율이 크게 올랐는데, 특히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두배 가까운 점유율 성장을 보였다.

3사의 성장세는 전년 동기의 점유율 합계와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지난해 2월 3사의 점유율 합계는 20.9%였다. 1년 사이에 배터리 3사가 들인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사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양분하던 일본 파나소닉과 중국 CATL이 각각 테슬라와의 관계 재설정 등 성장세 둔화,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내수 수요 감소 등으로 주춤한 덕도 있으나 치열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이만큼 늘린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흔히 전기차 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로 불린다. LG화학이 전 사운을 전기차 배터리에 걸겠다고 하는 것도 그만큼 막대한 미래 부가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테슬라 등 전기차 제조사들은 궤도에 오른 배터리 기술력을 인지하고, 기존 독점 계약이 아닌 복수 업체와의 계약을 늘려갈 것이다. 이미 테슬라는 파나소닉과의 독점 관계를 정리했다.

완성차 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한국 3사에게 도전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면 큰 기회가 되겠지만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파나소닉과 CATL의 틈바구니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유럽 전기차 시장이 마비상태인 것도 위험 요소다. 올해 환경 규제로 인해 전기차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었던 유럽 시장에 공장 인수 및 증설 등 공격적 투자를 하던 3사의 재무 구조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LG화학은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생산규모를 올해 말까지 70GWh로 증설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 공장 생산 라인을 증설하기 위해 5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을 예정이며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코마롬 공장을 완공해 올해 상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가기 위해 시운전을 하고 있다.

유럽 시장에 발맞춰 현지 생산 능력 강화를 진행한 3사로서는 재무 건전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정부의 자국 배터리 업체들에 대한 보조금 정책 유지 결정 또한 좋지 않은 소식이다. 정부 지원 아래 내수 시장을 움켜쥐고 있는 CATL과 경쟁하려면 우리도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 및 각종 지원책이 어느 정도 뒤따라야 한다. 중국 업체들이 기술 및 인력을 유인하는 경로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3사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은 우선 높은 기술력이 원인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중국 정부 지원을 받는 CATL이 기술력 향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유럽과 북미 시장을 선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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