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온라인 강의…‘강의 질 하락’부터 ‘서버다운’까지 부작용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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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온라인 강의…‘강의 질 하락’부터 ‘서버다운’까지 부작용 속출
  • 이재빈 기자
  • 승인 2020.04.02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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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온라인 강의에 교수·학생 당황…부족한 서버 등 총체적 난국
토론·팀프로젝트 수업들은 어려움 가중…대학생 학습권 논란까지
인적이 끊긴 서울시내 한 대학 내 풍경. 대다수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를 장기간 지속하면서 온라인 강의의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이재빈 기자

[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각 대학들이 코로나19 확산세에 '온라인 강의'라는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비대면 수업의 한계에 부딛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의하는 교수진들도 준비하는 시간이 부족하고, 학생들과의 통신 네트워크가 완성되지 않아 진행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생들은 학습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이 1학기 온라인 강의나 기간 연장 등의 방침을 밝히면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학 온라인 강의의 문제점으로 △교수 역량 부족 △온라인 강의 서버 다운 △통일되지 않은 온라인 강의 플랫폼 △강의 질 저하 등을 꼽고 있다.

온라인 강의가 시작되자 가장 먼저 지적받은 사안은 교수들의 온라인 강의 진행능력이다. 특정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쌓은 교수라 할지라도 익숙하지 않은 전자기기를 다루는 일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한 화면 좌우가 반전돼 칠판의 글씨가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이를 다시 반전시키는 방법을 모르가 하면, 카메라를 두고 수업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말을 더듬는 교수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시내 한 대학의 교수는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패널들을 마주하고 설명만 하면 됐지만 온라인 강의는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다 해야하지 않느냐”며 “평생 안 해본 일을 어떻게 바로 잘 할 수 있겠나”고 토로했다.

온라인 개강이 시작되자 급작스럽게 학생들이 몰리면서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자체 홈페이지의 서버가 다운되는 현상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학년별로 날짜가 나뉘어져 있는 수강신청 기간에도 각 대학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는데 모든 학년 학생들이 모이는 온라인 강의 기간에는 서버 다운이 더 잦았다. 한 대학에서는 교수가 포화상태인 서버에 접속하지 못 해 학생들에게 문자를 발송하고 강의를 미루는 촌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초기에는 서버다운 현상이 잦았지만 지금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며 “몇몇 대학은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서버 증설에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해결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서버 증설 업체들도 일감이 몰려 순차적으로 증설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평소 필요하지 않은 수준의 서버를 증설하는 작업인 만큼 제법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 강의를 각 교수의 재량에 맡기다 보니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이 중구난방인 점도 학생들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 온라인 개강 초기 대학 서버가 부실하다 보니 일부 교수들은 유튜브나 구글 줌, 구글 클래스룸 등을 이용해 온라인 강의를 진행했다. 개강 후 다소 시간이 지난 현재도 마찬가지다.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는 한 플랫폼에서 강의를 진행하겠지만 여러 수업을 듣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매 강의마다 상이한 플랫폼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수업을 들어야 한다.

강의 질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건국대 3학년 A씨는 “대학 수업이 중·고교 수업과 다른 점은 단순 암기나 계산에 그치지 않고 토론이나 조별과제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견문을 넓히는데 있는 것 아니냐”며 “온라인 강의로는 서로 눈을 마주보며 토론하거나 조별과제를 수행할 수 없다. 이번 학기에는 대학에서 유명한 토론위주 수업을 신청했는데 제대로 얻어가는 것이 없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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