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식이법’이 두려운 운전자… 지금 스쿨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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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민식이법’이 두려운 운전자… 지금 스쿨존은?
  • 성희헌 기자
  • 승인 2020.04.0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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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헌 산업부 기자
성희헌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성희헌 기자]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이 흘렀다. ‘민식이법’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 군(당시 9세) 사고 이후 발의된 법안이다.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이 법은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상대로 교통사고를 내 상해를 입히거나 사망하게 한 ‘과실 운전자’를 가중 처벌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은 과도한 처벌이라며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 법은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시속 30km 이상 운전하거나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해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에게 교통사고를 낸 경우에 적용된다. 어린이를 사망하게 한 경우에는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상해를 입혔다면 500만∼3000만원의 벌금이나 1년∼15년의 징역에 처한다.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상대로 교통사고를 낸 모든 운전자가 형사 처벌되는 것이 아니라 규정 속도나 ‘안전운전의무’를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만 운전자가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다. 

문제는 ‘안전운전의무’가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우선 ‘민식이법’은 스쿨존 안에서 규정속도나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한 ‘과실 운전자’ 만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모든 교통법규를 지키며 ‘안전운전의무’를 다했음에도 ‘과실 운전자’가 돼 버린다면 형사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18년 보험개발원 자료에 의하면 운전자 과실이 20% 미만으로 인정받은 경우는 0.5%밖에 되지 않는다. 

‘민식이법’ 개정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6만명을 넘어섰다. 청원글은 먼저 “어린이 보호 구역 내에서의 어린이 사고를 막기 위한 취지로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횡단보도 신호기 설치, 불법주차 금지를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을 한다”며 “마땅히 이뤄져야할 조치”라고 밝혔다. 다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은 극구 반대를 하며 조속히 개정하기를 청원한다”고 강조했다.

원칙상으로 과실이 0%가 된다면 운전자는 ‘민식이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같은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또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라는 말 자체 역시 매우 모호하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문제 소지가 있다. 청원인은 “일반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정말 피할 수 없는 사고였다고 생각을 해도 법원에서는 주의를 조금 더 기울였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이유로 운전자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어린이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가 받을 형량이 ‘윤창호법’의 음주운전 사망 가해자와 같다.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행위로 간주되는데 이러한 중대 고의성 범죄와 순수 과실범죄가 같은 선상에서 처벌이 이뤄지는 것이다.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은 “민식이법은 짧은 기간에 여론형성이 되면서 담지 말아야 할 항목까지 포함돼 독소 조항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물론 이러한 가중 처벌 조항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했을 경우에 해당하나 이 또한 상황에 따라 애매모호하게 진행돼 역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물론 운전자들이 스쿨존에서 운전을 더욱 조심함으로써 사고를 방지해야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법제화를 통한 강제성도 필요하다. 다만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한 ‘과실 운전자’와 같은 모호한 가이드라인에는 의구심이 든다.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모든 교통 법규와 속도를 지키며 방어 운전·안전 운전 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최소한 ‘죄인’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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