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경제위기’ 파고 넘기 위해 사업전략 손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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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 ‘경제위기’ 파고 넘기 위해 사업전략 손질 불가피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3.31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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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극복위해 사업 다각화 모색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인근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2)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인근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세계 경제위기로 국내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예상됨에 따라 건설사들의 사업전략에 수정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자 공사중단을 선언하거나 할인분양, 현금 지원 등의 ‘출혈 마케팅’을 선보였던 탓이다.

문제는 뾰족한 수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국외 수주는 유가 폭락과 이란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발목을 잡혔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만으로는 버텨내기 힘든 상황이다.

◆ 2008년 살펴보니… 주택사업 포기 줄이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많은 건설사가 현재의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업전략 수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전망이다. 과거 부동산 경기 악화로 매출이 하락하자 신용도가 떨어지고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이 막혀 자금난을 겪는 악순환이 반복됐던 전례가 있어서다.

2008년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에 택지 매매대금을 연체한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해약을 신청하고 주택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그나마 재무구조가 탄탄한 대형건설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대림산업은 경남 양산 택지개발지구 14블록에 ‘양산 3·4차 e편한세상’을 분양했으나 분양률이 한 자릿수에 그치면서 결국 공사 계획을 포기했다. 기존 계약자들에게는 위약금을 지급하고 계약을 해지했다.

GS건설도 천안 성거읍 ‘천안 파크자이’와 진주 상평 ‘남강 자이’의 분양률이 10% 미만에 불과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기보다는 해약하는 게 손실이 덜 할 것으로 판단, 사업을 정리했다. 계약자들도 계약해지를 원했다고 전해진다.

분양률과 공정이 일정 수준에 이르러 공사를 중단할 수 없던 사업장에선 할인분양이 성행했다. 기본 분양가에서 최소 11%, 최대 25% 인하를 단행했다. 기존 계약자들과 갈등이 불거져 차익을 현금으로 돌려주거나 베란다 확장 등의 혜택을 주기도 했다.

어떤 방식을 택하던 매출과 유동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기준으로 주택사업의 매출 비중이 88.7%를 차지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해 롯데건설(70.4%), 대림산업(69.1%). 삼성물산(64.4%), 대우건설(62.1%), 포스코건설(58.5%), GS건설(54.3%) 등은 타격이 불가피한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상장폐지의 쓴맛을 봐야 했던 두산건설은 금융위기 이후 할인분양과 장기 미착공 사업장의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다. 2009년 사업을 시작한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의 경우 대규모 미분양 사태에 따른 할인분양 손해액만 1646억원에 달했다.

◆ 위기 대비해 ‘탈 건설’ 나선 건설사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업에서 벗어나 신사업을 육성하는 건설사가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대림산업이다. 외국건설 수주 비중을 줄이면서 에너지사업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대림산업은 잇따라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고 있다.

이는 유화·건설 분리를 위한 밑그림으로 풀이할 수 있다. 대림산업의 건설계열사인 삼호와 고려개발이 지난 27일 합병, 대림건설로 재탄생했고 같은 날 대림산업이 자사 필름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며 대림에프엔씨 주식회사를 신설해 이런 주장에 힘을 실었다.

대림건설이 주택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대림산업의 석유화학 사업 시설을 건설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업계에선 궁극적으로 대림산업이 유화 부문을 건설 부문을 분리하고 대림코퍼레이션에서 물적분할한 ‘대림피앤피’와 합병, 이해욱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 체질개선이라는 두 마리를 토끼를 잡을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절차를 추진 중인 HDC현대산업개발은 건설업보다는 신사업이 회사의 핵심축으로 부상한 대표적인 사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06년 영창악기를 인수하면서 변화를 시작을 알렸다.

2015년에는 호텔신라와 손잡고 HDC신라면세점을 통해 면세점 시장에 진출했다. 자회사인 호텔HDC를 통해 파크하얏트 서울·부산 등 최고급 숙박시설과 강원도 정선 파크로쉬 리조트, 강원도 고성군 아이파크콘도 등 레저시설을 사들였다. 

지난해 6월에는 원주 지정면에 있는 오크밸리 지분을 인수했다. 오크밸리는 단일 리조트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골프와 스키 중심의 레저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일련의 행보는 아시아나항공과 레저산업의 상승효과를 염두한 것으로 읽힌다.

건설업 이외 분야로 발을 넓히는 중견사로는 한양이 꼽힌다. 한양의 모회사인 보성그룹은 지난 2일 LG CNS와 합작회사 설립을 완료하고 스마트시티 등 정보통신기술(ICT) 도시개발과 스마트 건설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한양도 전남 영암·해남에 조성하는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솔라시도에 태양광 사업을, 전남 여수 광양만 묘도에 액화천연가스(LNG) 허브 터미널을 조성하는 등 에너지사업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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