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인’과 ‘기업’은 따로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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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인’과 ‘기업’은 따로 살 수 없다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0.03.2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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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산업부 기자
김정우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경제 위기가 가시화 되면서 정부의 ‘재난기본소득’ 카드에 이목이 쏠렸다. 국민들에게 일정 금액의 현금을 쥐어줌으로써 눈앞에 닥친 가계 위기를 모면할 수 있도록 하고 소비를 유도해 내수경기 침체를 막아보려는 방책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인터넷 댓글 중 “(현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라. 기업 지원은 서민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등의 주장이 눈에 들어온다. 생계가 중요한 만큼 직접적으로 돈을 받고 싶은 바람과 개인과 대립되는 주체로 기업을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을 엿볼 수 있다.

기본소득은 얼마나 많은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의 금액을 지급할 것인지, 재원 확보의 부담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검토할 사항이 많은 대책이다. 선거철까지 겹치면서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보편적 혜택을 줘야 한다는 정치권 일부의 목소리와 효율성 떨어지는 선심성 현금 살포라는 우려 섞인 지적이 뒤엉키고 있다.

국가 경기부양책 중 국민에 대한 직접적인 현금 지급은 재정적 부담에 비해 개인에게 돌아가는 효용이 크지 않을 수 있어 최후의 수단 중 하나로 평가된다. 향후 막대한 지출을 메우기 위한 증세로 그 부담이 다시 국민들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하지만 당장 손님이 끊긴 소상공인, 휴직 중인 직장인들은 임대료 등 생계비를 대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고 정부는 이 부담스러운 카드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미 여러 지자체는 지역민들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겠다며 민심 잡기에 나서기도 했다.

지금까지 방역·의료 등을 지원하기 위한 추경 편성, 기준금리 인하 등이 이뤄졌다. 정부는 기업 지원을 위한 100조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고 한국은행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도 이뤄질 예정이다. 일련의 대책은 세수로 이뤄진 국고를 열어 직접적 자금 지원이 이뤄지거나 국책은행 등의 참여로 가계-기업의 경제 순환 구조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금융 환경을 조성하는 등의 성격으로 구별된다. 비상시국인 만큼 전방위적 대책이 추진되고 그 효용성과 부작용에 대한 검토가 함께 요구된다.

대부분의 국민은 가계와 기업, 또 다시 개인으로 이어지는 경제 구조 속에서 생활한다. 실적이 악화된 기업이 문을 닫으면 직장인들이 일자리와 소득을 잃고 소비가 줄어 소상공인들의 생계도 연쇄적으로 무너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코로나19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제조·문화·서비스업 외에도 우리 모두 장기적 경기 침체와 인프라 붕괴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재벌 등 부유층에 대한 적대감이 강한 사회에서는 서민과 대치되는 점에 대기업과 자산가들이 있다는 인식이 드러나곤 한다.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기업이 쓰러지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면 “대기업은 막대한 사내유보금이 있어 괜찮다”거나 오히려 기업이 쌓아둔 돈을 풀어야 한다는 반론까지 마주한다. 대기업은 그 규모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의 생계와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하나의 경제 주체라는 사실을 망각한 결과다. 사내유보금을 ‘금고에 쌓아둔 현금’처럼 오인하는 회계적 몰이해도 한 몫 한다.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개인과 기업을 대립 관계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위험할 정도로 무책임하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사회·경제적 문명 자체가 이들의 순환 관계에 의해 견인되고 있으며 어느 날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망할 것 같지 않던 기업들이 허무하게 쓰러지고 많은 이들이 고통 받은 사례를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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