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바다는 ‘무풍지대’···서해 125마일 EEZ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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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 바다는 ‘무풍지대’···서해 125마일 EEZ을 가다
  • 김천규 기자
  • 승인 2020.02.16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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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몸살 난 육지와 딴 판···中 조업어선 1척도 없는 ‘평화의 바다’
해경 “‘코로나19’ 발생 전 조업어선 수 백 척···춘절 겹친 1월 중순부터 전무”
14일 군산해경 소속 1001경비함정이 전라북도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리 남 서방 50km 지점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에서 해상특수기동대원들이 탄 고속단정의 호위를 받으며 순찰활동 강화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매일일보 김천규 기자
군산해경 소속 3010함 조타실에서 이정기 경감이 레이더를 주시하며 8일간의 EEZ 순찰근무를 마치고 복귀하고 있다. 사진=매일일보 김천규 기자
해상특수대원들이 순찰 훈련을 하기 위해 3010함에서 고속단정에 탑승한 채 바다에 내려지는 모습. 사진=매일일보 김천규 기자
해상특수기동대원들이 우리 측 영해 순찰활동을 하기 위해 고속단정을 탑승하기 전 화이팅을 외치는 모습. 사진=매일일보 김천규 기자
EEZ에서 8일 동안 순찰 근무를 마친 해상특수기동대원들이 임무교대를 하기 위해 고속단정을 3010함에 접근시키고 있다. 사진=매일일보 김천규 기자

[매일일보 김천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육지와 달리 바다는 마치 평화의 영역인 것처럼 평온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14일 오전 8시 30분 전라북도 군산항 제 1부두. 기자는 체열검사 등 간단한 방역절차를 거친 후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을 위해 출항 준비를 마친 군산해경 소속 1001경비함에 올랐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최근 중국 정부의 춘절연휴 연장과 출어제한 조치가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어떤 변화를 주고 있는지 현장 취재를 위해서였다.

승선 30여 분 뒤, 옅은 미세먼지로 부옇게 둘러싸인 군산항을 뒤로 둔 1001함은 잔잔한 파도를 가르며 작은 요동도 없이 서해 먼 바다로 서둘러 향했다.

1001경비함정은 1530톤 규모에 워터제트 엔진 3기가 장착돼 최대 30노트(약 56km/h) 속도로 6400km(4000마일)를 항해 할 수 있으며, 전장 91m·전폭 11.85m 크기를 자랑하고 있다. 여기에 함정 전면은 40mm 자동포 1문을, 후면엔 20mm 발칸포 1문을 장착했고, 최대 30개 표적을 동시 타격할 수 있는 최신예 자동사격 통제장치까지 갖췄다.

1001함에는 함장을 포함한 각 요소에 상시 배치되는 38명의 해경이 승선하고 있다. 이들 승조원 표정은 하나같이 여유로웠고, 소탈한 모습으로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끼게 한 이환호(경정) 함장은 편안함을 주는 부드러운 인상이어서 부하 직원들이 사적으로도 거리를 둘 것 같진 않게 보였다.

한참을 내달린 함정 갑판에서 기자는 시선이 멈추는 수평선까지 사방을 반복해 살펴봤으나 미세먼지로 인해 선명하진 않았지만 작은 어선 하나 볼 수 없었고, 잔잔하며 평온한 바다 모습 뿐이었다.

그 시각 조타실 상황은 전혀 달랐다. 목적지에 도착할 시간대였지만 선내에서 출항 전 느꼈던 자유로운 분위기가 아닌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작전에 따라 함정을 움직이는 곳인 줄은 알았으나 그들 시선과 손놀림에서 바다는 그렇게 지켜지고 있다는 위력을 느꼈다.

군산항 출발 3시간 30여 분 만에 기자가 타고 있는 1001함이 도착한 지점은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리 남 서방 50km, 우리 측 EEZ. 눈에 먼저 들어 온 것은 광활한 바다를 통솔하듯 웅장함을 드러낸 군산해경 소속 3000톤급 3010경비함이었다.

EEZ에서 8일 동안 순찰 근무 중인 3010함은 1001함과 교대를 하기 위해 그 곳에 정박하고 있었다.

고속단정을 이용해 3010함에 합류한 기자는 김성수(경정) 함장으로부터 “이 곳이 약 한 달 동안 평온했던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측의 출어제한 조치 때문”이라며, “지난해 이맘때 우리 측 EEZ에 출몰한 불법조업 중국어선은 108척이었으나 이번 코로나19와 춘절이 겹친 지난 달 중순부터 현재까지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라는 설명을 들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최근에 출어제한 조치가 해제되면서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이 우려 된다”고 말했다. 또 “이를 대비해 기상 악화 시 대형 함정을 추가 투입할 수 있다”면서 “우리 해양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 순간도 소홀함 없이 지속적인 단속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도 허가 어선의 경우 수 백 척이 우리 해역에서 조업했던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19와 춘절 연장, 출어제한 조치 등이 겹쳐 중국어선이 그 동안 자취를 감춘 원인으로 분석된다.

김 함장은 “앞으로 불법 중국어선을 나포할 경우 선원들이 선내에 머물 수 있도록 하고, 우리 영해에서 불법으로 조업하다 적발되면 최대 2억 원의 담보금을 우리 측에 물어야 석방된다”며 “우리 측 EEZ에서 정식 조업을 할 수 있는 중국어선은 한·중 양국 협정에 따라 허가받은 1452척 뿐”이라고 밝혔다.

김 함장의 현장 브리핑이 끝날 무렵 3010함을 요란하게 울리는 신호음이 들렸다. 중국어선 검문검색 중 발생할 수 있는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특수기동대원들이 방역복과 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고속단정에 신속하게 이동하는 훈련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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