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캠코, 옐로우 그리고 레드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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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캠코, 옐로우 그리고 레드카드
  • 이승익 기자
  • 승인 2020.02.12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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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코, 수의계약 공고는 버젓이 떠 있음에도 매수 불허
기획재정부 국고국은 캠코의 막무가내식 룰 집행 옹호
이승익 유통중기부장

[매일일보 이승익 기자] 경기에는 룰이 있다. 경기를 참여하는데 있어 주어진 규정내에서는 때론 반칙도 전략이 된다. 축구의 예를 보더라도 옐로우 카드를 적절한 타이밍에 활용한다면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 

축구심판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인물로는 최초 옐로우 카드를 고안한 영국의 케네스 조지 아스톤이 있다. 그는 1962년 칠레 월드컵에서 칠레와 이탈리아전의 주심을 봤다. 당시 이탈리아의 어느 기자가 칠레 여자들의 미모와 도덕성이 형편없다는 기사를 쓴 이유로 양국간 감정이 극도로 악화됐다. 이 때문에 경기시작전부터 ‘산티아고의 전쟁’이라 불릴 만큼 선수들의 격렬한 몸싸움이 예상됐다. 

아스톤은 그 경기에서 이탈리아 선수 두 명에게 퇴장명령을 내렸고, 선수들의 몸싸움을 뜯어 말려야 했다. 4년 뒤 월드컵에서도 아스톤은 또 비슷한 경험을 한다. 당시 FIFA(국제축구연맹)의 심판위원회 위원이었던 아스톤은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8강전 때문에 곤혹을 치렀다. 이 경기에서 아르헨티나 주장 라틴은 거친 플레이로 퇴장을 당했다. 다음날 언론에서는 “심판이 잉글랜드의 찰톤 형제에게 돈을 걸었기 때문에 잉글랜드 팀에 유리한 심판을 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아스톤은 또 다시 곤혹을 치러야 했다.

이런 고민에 빠진 아스톤은 길을 걷다 우연히 노란불과 빨간불의 교통 신호에 착안을 해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만들어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처음 카드를 사용했다.

최근 캠코가 ‘막가파’식 공매계약 철회로 물의를 빚고 있다. 국고에 귀속된 기업의 주식을 공매하는 과정에서 최종 4회까지 유찰돼 수의계약 절차로 전환돼 장기간 방치된 주식에 대해 매수의향자가 참여의사를 밝히자 캠코는 느닷없이 없던일로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국유재산법 시행령 제40조 제3항 제25호에는 최초 입찰로부터 2회에 걸쳐 유효한 입찰이 성립되지 아니한 주식에 대해서는 입찰 종료 후 차기 매각결정일까지 최종 공고된 매각예정가격 이상으로 수의계약을 하게끔 되어 있다. 그러나 캠코는 향후 해당 기업의 주식가치가 올라갈 거 같다는 담당직원의 예측만으로 참여자에게 매수의향서 조차 교부하지 않고 있다. 공고가 버젓이 올라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캠코는 참여자들의 이익을 배아파한 나머지 매수참여 방해를 하고 있다. 

캠코는 플레이어가 아닌 휘슬을 부는 심판이다. 심판은 경기가 규정대로 운영 되는지만 관여하고 판단을 내리면 된다. 백번양보해 캠코의 이같은 주장이 맞다하더라도 법적 권리와 의무가 있는 온비드의 공고 내에서 참여자들이 매수참여를 했을 경우 캠코는 절차대로 이행하기만 하면 된다. 

매수참여자들은 선수이고 캠코는 심판이다. 그리고 캠코의 상위기관인 기획재정부 국고국은 FIFA다. 입찰에 참여하는 매수의향자들은 심판의 역할을 해야하는 캠코가 막무가내식으로 경기를 진행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심판이 경기의 룰을 어기고 오히려 선수가 되려는 듯 한 모양새와 다를바 없다. FIFA격인 기재부는 오히려 캠코가 국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추겨세우고 있다. 하지만 참여자들은 캠코가 스스로 룰를 어기고 있기 때문에 위법하다는 행정소송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려 한다. 더 큰 국고를 축 낼 판이다.

과연 경기수입이 조금 오른다고 해 경기 때 마다 선수들에게 사전고지 없이 룰을 변경하거나 있던 룰마져도 심판이 제 맘대로 운영한다면 어떤일이 발생할까. 앞으로 있을 경기는 관중들에게 신뢰를 잃어 결국 국가 공매방식에 대한 국민적 신뢰마저 저버리게 될 것이다. 선수들에게 옐로우카드가 아닌 캠코와 기재부에게 레드카드를 줘야 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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