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산업은행, 아시아나항공 매각 “현명한 판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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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산업은행, 아시아나항공 매각 “현명한 판단을”
  • 문수호 기자
  • 승인 2019.09.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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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업체를 평가할 때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여전하다.

현재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의 면모를 보면 인수에 적격한 뚜렷한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 구성을 갖춘 미래에셋대우와 HDC현대산업개발의 컨소시엄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산업은행과 금호산업 측은 예비입찰에 대기업이 참가하지 않아 실망한 눈치지만, 본입찰에서의 참가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산업은행은 FI의 단독 입찰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손잡을 SI의 면면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다. 산업은행과 금호산업이 대기업 참여의 기대를 놓지 않고 있는 이유다.

이로 인해 많은 추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예비입찰 전부터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는 SK그룹의 참여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SK그룹의 소문은 무성하다. 공유경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SK네트웍스가 코웨이 인수에 올인할 경우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반면 스톤브릿지캐피탈과 SK그룹 간 관계를 부각하며, 본입찰 때 파트너로 SK그룹이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예비입찰은 인수 희망자가 대상의 실사를 거쳐 최종 판단과 가치를 가늠하게 할 수 있는 과정이다. 실사 없이 본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만약 대기업이 SI로 참여할 경우 스톤브릿지캐피탈 쪽에서 실사를 진행하고 모든 정보를 넘겨줄 수 있는 만큼,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불리한 상황은 아니다.

애경그룹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상당히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역시 FI를 영입해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애경그룹에 9조 이상의 채무가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애경은 업(業)에 종사하고 있는 제주항공이 있는 만큼 항공산업에 대한 이해도는 다른 컨소시엄에 비해 월등하다. 특히 제주항공을 흑자기조로 이끈 경쟁력은 높이 살 만하다. 항공업계 측면에서도 제주항공과의 연계가 구조조정 등을 감안할 때 시너지가 훨씬 크다.

그러나 산업은행과 금호산업은 항공산업에 가치를 두기보다 인수자의 ‘자금력’을 최우선시하는 분위기다. 본입찰에 뜻밖의 대기업이 참전하길 바라고 있다.

물건을 팔 때 누구에게 파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사실 어렵지 않다. ‘돈 많은 사람’에게 파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정작 돈 많은 사람이 매물에 관심이 없을 때는 가장 간절한 이에게 주는 것도 방법이다. 간절한 이가 결국 가치를 높게 평가하기 마련이다.

실사가 끝나고 나면 인수자는 부족한 부분을 부각해 가격을 깎으려 들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산업은행과 금호산업 측의 대기업에 대한 욕구가 더욱 클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분명한 오판이다. 대기업이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은 그만큼 관심이 없다는 것으로도 판단이 가능하다. 간절함이 없는데 과연 판매자가 부르는 가격에 조건 없이 응하는 이가 있을까?

현재로선 모든 것이 추측에 불과하다. 과연 SK그룹이 참전할지 또는 예상외의 복병이 SI로 나타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예비입찰에 대기업은 없었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은 확정되지 않은 대기업의 참여를 기다리기보단 현재 참여한 기업이 얼마나 착실하게 준비하고,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것이 우선순위다.

“돈 많은 사람이 나타나 내 매물을 비싸게 사줄거야”라는 막연한 기대심보다 누가 간절한 마음으로 착실하게 준비해오는지부터 살피는 것이 항공산업을 위한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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