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단죄가 없으면 막말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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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단죄가 없으면 막말은 계속된다
  • 송병형 기자
  • 승인 2019.06.04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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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정경부장
송병형 정경부장

#가족 부양을 위해 골프에 뛰어들었고 마침내 US여자오픈 우승컵을 거머쥔 이정은의 이름 뒤에는 숫자 ‘6’이 따라다닌다. KLPGA에서 활동하는 동명이인이 6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번 US여자오픈에는 원조 격인 이정은(1이라는 숫자를 붙이지 않는다)도 함께 뛰었다. 또 동명이인은 아니지만 이미림, 이미향, 이민지 등 성씨가 같은 선수들도 참여했다. 한국계인 이민지와 안드레아 리(Lee)까지 포함하면 이씨 성의 여자선수만 6명이 출전했다. 한국 여성골퍼들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단면이다.

그런데 일부 미국인의 눈에는 이게 거슬렸나보다. 타이거 우즈의 스윙코치를 지낸 유명 교습가 행크 헤이니는 골프방송 진행 중에 “한국인이 우승할 것이라고 예언하겠다”면서도 “만약 이름을 밝힐 필요가 없다면 Lee씨인 선수라고 하겠다. LPGA 투어에는 Lee가 한 무더기나 있다”고 했다. 한국 골퍼들을 겨냥한 조롱이다. 스티브 존슨은 “6명이나 있다”며 “렉시 톰프슨과 미셸 위는 부상을 당했고 LPGA 선수들을 그렇게 많이 모른다. 그런데 대회는 어디서 열리는 거야”라고 했다.

이들의 막말 방송을 본 시청자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헤이니는 “나는 약간 흥분했고 내가 한 말이 기억나지 않는다. 사람들을 불쾌하게 했다면 사과하겠다”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 아닌 해명은 대중의 공분을 불렀다. 현지 언론에서는 “헤이니를 골프계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헤이니는 일단 자신이 출연하던 라디오 방송에서 물러난 상태다.

#패스트트랙 강행 이후 제1야당인 한국당과 당청은 격한 감정싸움에 들어갔다. 서로를 향한 증오는 이들의 발언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달창”이라는 말을 썼고, 나 원내대표의 입인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한센병”이란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됐다.

감정싸움은 문재인 대통령이 5.18기념사에서 황교안 대표 등 한국당 인사들의 면전에서 “독재자의 후예”라고 말하면서 더욱 격해졌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북한 김정은이야 말로 세계가 공인한 김씨 세습독재왕조의 후예다. 문재인 대통령이 독재의 후예라고 말해야 할 사람은 북한 김정은”이라고 했고, 급기야 황 대표의 입에서도 “(문 대통령이) 진짜 독재자의 후예인 김정은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니까 여기서 지금 대변인이라고 하고 있지 않습니까”라는 말이 나왔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한 발 더 나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도자로서 문 대통령보다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독재자의 후예”에서 시작된 막말 소동은 헝가리 유람선 참사 와중에도 계속됐다. 민경욱 대변인은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고 했다. 정쟁에 빠져 경계감이 무뎌진 것이다. 그 결과로 정쟁과는 무관한, 그야말로 실언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말이 당 사무총장에게서 나왔다. 한선교 사무총장은 여기자들이 장악한 국회에서, 그것도 여기자들 앞에서 “아주 걸레질을 하고 있구만”이라고 했다. 여기자들이 성적 비속어로 오해하고 술렁인 것은 당연했다.

막말 퍼레이드로 지난 지방선거를 망쳤다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의 맞짱토론을 마친 소감에 대해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어제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과 대한민국의 현재에 대해 폭넓은 의견교환이 2시간 25분 정도 있었습니다. 서로 반대 진영을 증오와 분노로만 대하지 말고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혀 갈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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