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 안전? 저렴? 원자력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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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 안전? 저렴? 원자력의 거짓말!”
  • 변주리 기자
  • 승인 2011.04.2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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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중계] ‘후쿠시마 핵사고, 체르노빌 25년만의 대재앙’ 토론회

[매일일보=변주리 기자] 25년 전의 대재앙의 교훈을 잊은 탓일까. 최소 50만 명이 죽고, 2백만 명이 피해를 입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발생 25년 만에 일본에서 그에 버금가는 대재앙이 일어났다. 세계 역사상 유일하게 원자폭탄 공격을 받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은 또 하나의 아이러니이다.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자력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일깨웠다. 우리 정부는 여전히 원자력의 위험성을 은폐한 채 ‘원자력 르네상스’라는 허울 좋은 말로 원전 정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 <사진=사회진보연대>

체르노빌 원전 사고 25주년인 4월26일 진보신당, 사회당, 사회진보연대,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등 여러 진보 정당과 단체들은 “원자력은 최고의 대체 에너지라는 정부의 주장은 거짓”이라며 ‘핵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토론회를 가졌다. 


“핵폐기물 최종 처리장, 지구에 없다…수백년 관리할 짐 후손에 넘겨”
“5조원 넘는 건설비, 그 1.5배인 폐로 비용 따지면 저렴하지도 않아”

“매년 100억원 지원받아 ‘원자력 신화’ 홍보하는 원자력문화재단 해체되어야”
“핵발전 문제라 생각하는 사람도 전기요금 내는 순간 핵발전 홍보비 대는 셈”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 4월25일 “후쿠시마 사태로 국민들이 불안해 하지만 안전성을 챙긴다는 전제 하에 원전 정책은 그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계 여러 국가들이 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지만, 우리나라는 원전정책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김 총리는 “에너지 발전 단가를 비교해 보면 전력 1kW를 생산할 때 원자력은 39원, 석탄 61원, LNG 126원, 수력발전 133원 등”이며 “탄산가스 배출량에서 보면 원자력이 10을 배출할 때 석유는 700, LNG는 540, 수력은 8을 배출한다”고 말했다.

생산 단가와 온실가스를 생각한다면 원자력 발전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지만 이튿날 있었던 토론회 발제자들은 김 총리와 같이 원자력 발전을 추구하는 이들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전성을 챙긴다? 글쎄…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수열 사회진보연대 정책위원은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지극히 복잡한 핵발전소 시설에서 사고를 발생시킬 수 있는 요인을 일일이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수열 정책위원은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 설계자인 오구라 시로씨는 지난 3월16일 도쿄의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설계 당시 지진해일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에 가까운 상태였다고 고백했다”고 밝혔다.

수열 정책위원은 또한 핵폐기물과 관련한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핵발전을 하고 남은 폐연료봉인 고준위 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한 나라는 한 곳도 없다”며 원전의 위험성은 단지 사고 상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핵폐기물은 방사능 수치가 통제 가능한 수치로 떨어질 때까지 콘크리트 벽 안에 격리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핵폐기물의 일종인) 플루토늄-239의 경우 반감기만 2만4천년에 달하지만 콘크리트 차단벽의 수명은 순식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진보신당 강은주 정책연구원은 원자력에 대한 안전성은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위원은 “사고만 났다하면 우리는 ‘안전불감증’을 이야기하지만 이는 적절한 단어가 아니”라며 “엄청난 내진설계와 노동자 안전 교육 등과 같은 일상점검을 강화하면 핵발전소는 끄떡없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자연재해가 문명이 이룩한 기술적 위험을 만나 파괴력을 더한 사고”라며 “‘벼락 맞을 확률’을 운운하는 안전 신화가 얼마나 무기력한 것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 위원은 또 “핵발전소는 ‘수용가능한 위험’이 아니”라며 “핵 없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수용불가능한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저비용고효율의 감춰진 이면

그렇다면 원자력 발전은 다른 에너지 발전보다 생산단가가 매우 저렴하다는 김황식 총리의 말은 사실일까? 강은주 정책연구위원은 “원자력 에너지와 다른 재생가능에너지와의 발전 단가 역전은 시간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강 위원은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발생하는 핵폐기물의 최종 처리장은 지구 어디에도 없다”며 “따라서 수백 년간 관리해야 하는 짐을 떠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은 또 “10년 넘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기간과 5조가 넘는 핵발전소 건설 비용의 1.5배에 이르는 발전소 폐로와 핵폐기물 처리 비용을 생각하면 원자력 에너지의 생산단가가 결코 저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원자력 에너지도 화석에너지와 같이 고갈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수열 정책위원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에너지 자원의 이용 예상기간은 석유가 40년, 천연가스 60년, 석탄이 230년인데 반해 우라늄은 3600년”이라면서도 “우라늄의 경우에 ‘재처리 시’라는 단서 조항이 붙는다”고 강조했다.

재처리는 사용한 핵연료를 다시 발전의 원료로 쓰도록 가공하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핵폭탄의 원료인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미국 등 일부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핵연료 재처리는 금지되어 있다.

이와 관련 수열 정책위원은 “재처리를 고려하지 않고 우라늄 매장량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경우에는 학자마다 추정치가 다르지만 대략 5-60년 정도로 얘기된다”고 밝혔다.

수열 정책위원은 또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는 직접 처분보다 오히려 경제성이 떨어지며 안전하지도 않다는 게 중론”이라며 “직접 처분이 재처리보다 약 7% 정도 경제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재처리 과정에서 고준위 핵폐기물을 재활용한다 하더라도 핵폐기물의 부피가 어마어마하게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온실가스 감축의 허구성

수열 정책위원은 “핵발전소 운영 과정에 온실가스가 거의 발생되지 않는다는 것은 맞지만 이는 원자력 발전의 전체 과정을 생략한 채 단면만을 봤을 경우에만 해당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핵 발전을 통한 전기 생산 과정을 전체적으로 보면, 핵발전은 과대하고 복잡한 산업 기반 시설에 의존하고 있다”며 “따라서 핵발전을 통한 전력 생산의 전체 과정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라늄 채굴과 제련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는데, 이는 대부분 화석연료에 의해 충당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그린피스’가 최근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 세계 핵발전 능력이 2050년까지 4배 증가 된다고 하더라도, 전 세계 에너지 소비에서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이하일 것이라고 예측했다”며 “이를 통해 감소될 수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 비율은 고작 4%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수열 정책위원은 “2050년까지 핵발전 능력이 지금보다 4배 증가하려면 새로운 원자로가 1400기가 필요한 것이기에 거의 10일마다 하나씩 새 원자로가 건설되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하지만 핵발전소는 빨리 지어질 수 없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피크에 도달하게 될 단기간 내에 파국적인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그 어떠한 변화도 창출해 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유용한 에너지는 사용 후에 결국 폐에너지로 전환되는데, 이 에너지는 결국 열의 형태를 띠게 된다”며 “핵발전으로 지구 내 에너지의 증가가 지속되었을 때 지구의 기온 평형이 깨져 기후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핵발전이 전 세계적으로 대폭 증설된다고 해도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그리고 한국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우리나라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07년 설계수명이 다하여 가동이 중단된 고리1호기를 10년 연장하기로 하면서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 일본 북동부 지진 발생 나흘째인 3월14일 후쿠시마현 후쿠시마 다이이치 제1 원전 3호기 건물이 폭발해 파손된 모습이 위성 영상에 잡혔다. 

정부는 지난 2006년에 이미 수명연장이 가능한 지 정밀검사를 진행한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채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수명을 넘겨 운행하던 고리 1호기는 지난 23일 전기 고장으로 가동을 멈췄다. 

이와 관련 강은주 정책연구위원은 “1979년부터 2011년 최근 고리1호기 사고까지 경미한 사고를 포함해 총 644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최근의 고리 1호기 사고는 우리의 핵발전소가 얼마나 총체적 부실을 안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수명 연장 논의가 되고 있는 월성 1호기 역시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총 49건의 사고가 기록되었다”며 “상대적으로 위험한 1,2 등급 사고도 총 13건이 보고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후쿠시마 원전과 고리 1호기의 수명 연장은 발전소의 폐쇄에 따른 비용을 우려한 결정에 불과하다”며 “오래된 발전소는 당연히 고장을 일으킨다. 핵발전소의 사고에 따른 피해를 생각해 보면 당연히 수명이 다한 발전소는 폐쇄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위원은 또 정부가 ‘원자력 르네상스’를 포기하고 신규 발전소 건설 중단과 수명연장을 포기하는 것 외에도 핵 없이 살기위해 지금 당장 ‘원자력 문화재단’을 해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내는 전기 요금의 3.7%는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조성되는데 이 기금에서 매년 100억원 이상을 지원받는 곳이 바로 원자력 문화재단”이라며 “원자력 문화재단은 이 돈으로 친환경적이고 온실가스 없는 청정에너지라는 핵발전에 대한 광고와 홍보는 물론 사생대회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위원은 “핵발전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조차도 전기요금을 내는 순간 이미 핵발전 홍보비용을 대고 있는 셈”이라며 “원자력 문화재단은 해체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재생가능에너지 재단”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수열 정책위원은 “핵 발전소를 완전히 없애려면 먼저 낭비되는 전력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통 사람들이 아닌 산업계의 전력 낭비를 지적했다.

그는 “주택용 전기요금은 강력한 누진제가 실시되는 반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사실상 역진제가 적용되고 있다”며 “동절기 전력 피크의 가장 큰 원인은 기업들에 있다”고 꼬집었다. 역진제란 전기를 더 많이 쓸수록 전기요금을 적게 내는 것으로 산업계의 전력 사용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열 정책위원은 또 “수많은 저소득층 노동자들이 단열이 거의 안되는 집에서 온기를 유지하려고 불량 전열기구를 사용하고 있다”며 “주택과 빌딩의 단열 기준을 대폭 높이고 건설사들을 규제하면 불필요한 냉난방용 전기 사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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